여의도 'Mr.스미스' 김관영…상증법 부결시킨 '설득의 힘'

[the300-의원사용설명서]재간꾼·순정론자·합리적 실용주의자 '초선의원'이 꿈꾸는 변화

김경환 기자 l 2014.12.08 15:58


#1.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년작). 미국 미시시피주 보이레인저 단장을 맡고 있는 순수한 청년 제퍼슨 스미스씨가 주인공이다.

상원의원이 갑자기 사망하자 조셉 페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시시피주 유력 정치인들은 시골뜨기인 스미스씨를 꼭두각시로 활용하기 위해 상원의원 자리에 앉힌다

스미스는 보이스카웃 수련원을 지으려는 법안을 제출하지만, 이 법안은 야영지 인근에 댐을 지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던 페인 의원과 배후세력의 이익과 상충되는 법안이었다.

스미스는 페인 의원 등의 모략에 빠져 부패 정치인의 누명을 쓰게 되고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다. 스미스씨는 그러나 누군가는 자신의 진실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요청, 23시간 이상을 그 자리에 서서 의원들과 언론을 향해 진실을 설파한다. 그의 진실된 연설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페인 의원은 결국 "스미스의 말이 옳고 자신은 상원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선언한다. 스미스씨의 진심이 결국 통한 것이다.
 
#2. 2014년 12월2일 오후 7시30분경 국회 본회의장. 예산부수법안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수정안'표결을 앞두고 김관영 새정치민주 연합 의원이 반대토론자로 연단에 섰다.
 
김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전체 법인 51만여개중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기업은 714개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프레젠테이션자료까지 본회의장 전광판에 띄우면서 법안이 통과되선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직원들도 정부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으니 부결 뒤 조세소위에서 다시 심사해 안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김 의원의 호소는 야당뿐만 아니라 법안 논의과정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여당 의원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표결 결과 262명 투표에 찬성 114표, 반대 108표, 기권 40표로 법안이 부결됐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예산부수법안이 부결되는 전례를 거의 찾기 힘든 일이 일어나자 국회의사당은 환호와 고성이 오가는 패닉상태가 됐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우 "김 의원의 토론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 법안부결은 이한구 의원, 유승민 의원,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등 새누리당 의원 35~40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등 이탈표가 대거 발생해 가능했다. 수정안에 이어 정부원안도 부결됐다. 이날 예산부수법안 중 불발된 것은 상속증여세법이 유일했다.

 스미스씨가 동료의원의 마음을 돌린 것처럼 2일 본회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김관영 의원에게 쏠렸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키워드→즐거운 정치]
김관영 의원은 '희망 전도사'이자 '즐거운 정치'를 표방한다. 초선의원이지만 진심을 바탕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데 탁월한 '유쾌한 바이러스'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국회 연설도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더불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100% 발휘됐기 때문이라는게 가까운 의원들의 중론이다. 김 의원은 본회의 이튿날인 3일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개인적으로 격려 전화도 많이 받았다.

김 의원은 "정치를 보는 사람이 즐겁고, 정치인과 만나는 사람들이 즐겁고, 실제로 정치를 하는 사람도 즐겁고, 더 나아가 국민의 여유가 있고, 즐거워지는 나라를 만드는 정치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 정치가 '괴로운 정치'에 짓눌릴수록 즐거운 정치를 추구해야할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며 "나로 인해 정치가 조금 더 즐거워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더불어 '깨끗한 정치'와 '대안 있는 정치'를 추구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 만을 일삼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점을 지적하고 거기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를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정치는 내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이 재정경제부·경제기획원 출신 경제전문가이자 김앤장 출신 법률전문가라는 점이 그가 이러한 '실용적 합리주의'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한장의 사진]-재간꾼
김관영 의원실 제공.


중학교 소풍때 전교 장기자랑 시간에 시골 약장사로 분해 친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중고등학교때부터 학교의 각종 행사를 도맡아 담당했고, 각종 장기자랑 대회에서 1등을 빼놓지 않았다. 대학교 심지어 중앙공무원교육연수원에서도 오락부장을 도맡아했다.

[대표법안-학교밖 청소년 지원법]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은 김 의원의 대표 법안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지난 5월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토교통위에 있었지만 3형제의 아버지로 평소 출산·보육·육아교육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학업중단 등으로 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을 담고 있다. 약 28만명에 달하는 전국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받지 않고 학업으로 복귀하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 의원은 "학교밖 청소년들이 소외되지 않고 계속 꿈과 소질을 키워나가며 사회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 김관영파]
김관영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과도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야당 내에서는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최재천·민병두·최원식·박수현·안규백·양승조 의원 등과 친하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도 각별하다. 
 
지인들을 살펴보면 비슷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관통하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합리적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특정 계파에 얽매이기보다 국회내 마당발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온건·합리·실용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의원들과 친분을 쌓아나가고 있다.
  
[순정론자, 첫사랑=아내]
1991년 대학교 교정(성균관대학교)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 1년 선배가 아는채를 하는 여성을 보고 한눈에 반한 것. 김 의원은 바로 선배에게 "소개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3년 반 연애 끝에 첫사랑과 결혼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다"고 밝혔다. 1995년 김 의원은 아내와 결혼에 골인했고 지금은 세아들을 둔 아빠다. 법무법인 김앤장의 잘 나가는 변호사 생활을 때려치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을때도 든든한 후원자였다.

[요주의!]
당내 손꼽히는 법률·경제전문가로 실용적 합리주의자를 꿈꾼다. 계파색이 옅다보니 특유의 색깔이 없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 그리고 초선의원으로 김한길 전 대표를 옆에서 도우며 수석 대변인을 맡다보니 일각에서는 그를 김한길의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김 의원에게는 이러한 시각을 딛고 '김관영'만이 할 수 있는 정치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선명하게 보여줘야한다는 과제가 있다. 초선의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행보를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간 김관영]
-좋아하는 노래 : 향수(술먹으면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른다)
-종교 : 기독교
-음식 : 김치찌개, 군산에서만 맛볼수 있는 특유의 간장게장
-주량 : 소주 한병
-좋아하는 책 : 백범일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 : 아내(가족)
-이 한마디 : 항상 감사하라! (정치하면서 긍휼히 여기는 사람은 긍휼히 여김을 받는다)

[프로필]
△1969년 전북 군산출생(45) △군산 제일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공인회계사 △행정고시(36회) △사법시험(41회) △재정경제부 근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9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 △민주당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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