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대선주자 사용설명서: 대선 테마주

[the300]종합

백지수 우경희 김성휘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7.02.15 08:53
"대박 예감!" 문재인 테마주·안희정株 실체는

정치테마주 주가 흐름과 대선주자 지지율-1/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제목 : '문재인 대장주' 집중 분석! 한 방에 가자!
본문 : 'A기업' 옛날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 시절 관련있는 종목이라고. 대박 수혜 예감! …

#제목 : "코스닥 상장 'B기업' 안희정 테마주라네요!"
본문 : B기업 XXX 대표이사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같은 고려대 동문이라네요~…XXX 대표이사는 과거 노무현 정부 인사라고요~…

#제목 : "이재명 테마주 총정리"
본문 : 이재명 성남시장 행정구역 경기 성남시 소재 'C기업' 'D기업' 주목! 'E기업'은 회장이 이 시장의 출신교 중앙대 동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대선 테마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탈 사이트에서 대선주자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상위권에 항상 '○○○ 테마주'가 뜬다. 각 대선주자별 테마주와 대장주를 정리해놓은 글도 주식 카페나 블로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정치 테마주와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정치 테마주 피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정치 테마주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는 종목만 80여개다. 유력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 관련 테마주는 이미 과열 단계다. 최근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황교안 테마주’까지 생겨났다.


기본적으로 대선 테마주는 특정 기업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대선주자와 개인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소문에서 탄생된다. 대표적인 종목이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제약'과 그 자회사인 '우리들휴브레인'이다. 모회사 우리들제약을 기준으로 보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9.23%를 가진 김수경 대표이사다. 우리들제약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김 대표의 이력으로 부산대 영문과 출신, 우리들그룹 회장 등만 기재돼 있다. 문 전 대표와의 인연은 밝혀진 바 없다.


'안희정 테마주' 중 하나인 코스닥 상장사 백금T&A는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가 고려대 출신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실제 임 대표와 안 지사가 안면이 있는 사이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일 종가가 5920원이었는데 14일 종가는 7870원으로 2주 만에 32.93%가 올랐다. 거래소의 주가 급등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은 "공시할 만한 사항이 없다"였다.


'유승민 테마주'로 엮인 대신정보통신도 ‘학연’ 관련이다. 이재원 대신정보통신 회장이 미국 위스콘신대학 출신이라고 알려져서다. 유 의원도 위스콘신 출신이다. '황교안 테마주' 인터엠도 최대주주 조순구 인터엠 회장이 황 대행의 출신학교 성균관대를 졸업했다는 내용 때문에 테마주로 엮였다.


학연만큼 지연으로 엮인 종목도 많다. '이재명 테마주' 중 하나인 코스닥 기업 에이텍은 경기도 성남시에 회사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테마주가 된 사례다. 


그나마 납득할 만한 이유로 엮인 테마주는 '안철수 테마주' 중 하나인 '안랩' 정도다. 안랩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세운 회사이자 안 전 대표의 고향 같은 존재여서다. 주주관계로도 엮여있다. 안랩의 지난해 3분기말 보고서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현재 안랩 최대주주로 지분 18.6%를 보유하고 있다.


정치테마주 주가 흐름과 대선주자 지지율-2/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전문가들은 정치테마주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단언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일까지 조사한 결과 정치테마주에 투자자 98%는 개인투자자이고 전체 투자자의 70%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5개 테마주에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 조치가 내려졌지만 모든 종목에서 "주가 상승 요인이 기업과 무관하다"는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는 "테마주로 묶이는 사유를 보면 전혀 말도 안되는 이유"라며 "투자자들도 이를 알면서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어 투자가 과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정치 테마주로 이익을 취할 경우 자본시장법의 시장교란행위에 해당돼 5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2012년 대선에서 한 주자의 캠프에 참여했었던 인사는 "정치테마주는 오히려 후보에게는 독"이라며 "지지자들보다 속칭 '꾼'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테마주는 지지율을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로서의 역할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과수 폭포처럼 떨어지는데…" 정치테마주 허상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지지율과 '반기문 테마주'의 하나였던 광림 주가/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콘텐츠업계에 종사하는 김모(29)씨가 주식 계좌를 만든 것은 순전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때문이었다. 정치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김씨에게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는 수익이 보장된 투자처처럼 보였다. 반 전 총장의 입국 날짜가 다가오면서 들썩이는 테마주 차트를 보며 김씨의 마음도 덩달아 설렜다.

 

김 씨가 ‘반기문 테마주’의 대장주 격인 A사 주식과 성과급을 맞바꾼 것은 지난 연말이었다. 하지만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루하루 내려가자 A사 주가도 같이 빠졌다. 김씨는 "가 보지도 못한 이과수 폭포의 떨어지는 물줄기가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20여일의 대권 도전 행보를 하다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이미 A기업의 주가는 수차례 하한가를 맞은 터였다. 속절없이 빠지는 주가에 손절매조차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 반등만을 기다리고 있던 김 씨에게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와 같았다. 살 때 주당 1만원이 넘던 주가는 2000원 언저리까지 밀렸다.

 

김 씨는 "반 전 총장을 만나면 ‘당신은 이제 유엔 사무총장도 아니고 외교부 장관도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노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물론 투자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지만 김 씨와 같은 심경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역시 테마주 투자에서 호되게 당한 회사원 강모(36)씨도 마찬가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밝혔다. 2017.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 씨는 김 씨보다는 투자 이력이 길다. 테마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 만큼 안다. 하지만 역시 반 총장 테마주에 걸려 손해를 봤다. 강 씨는 "주식투자를 해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며 "테마주는 한번 올라타면 그 다음부터는 ‘폭락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조차도 ‘뜨거운 주식이니 더 사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테마주의 허상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옷감의 씨줄날줄처럼 모든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얽히는 정치판과 주식이 만난 터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낸 모든 시나리오가 주가와 맞물려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거도 없는 인맥으로 형성됐다는 소위 '대선 테마'를 믿고 큰 돈을 투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치테마주는 주가예측이 특히 어렵고 정치상황이 조금만 변화해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으므로 이미 주가가 오른 종목에 따라들어가는 식으로 매수할 경우에는 큰 손실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순당, 이명박 테마주 된 사연

2007년 12월 국순당의 백세주 광고. 이명박 후보(기호 2번) 지지라는 해석을 받았다./


2007년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13일, 국순당 주가가 6% 급등했다. 일부 신문에 낸 백세주 광고가 이명박 후보를 사실상 지지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이 광고는 "열둘보다 나은 둘도 있소"라는 문장을 썼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기호 2번(한나라당), 기호 12번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였다. '이회창보다 이명박'이란 메시지로 해석되자 이회창 후보 캠프는 발칵 뒤집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광고 중단을 명령했다. 국순당은 의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순식간에 이명박 테마주가 됐다. 

 

대선 테마주는 인맥주와 공약주(정책주)로 나뉜다. 회사 오너가 유력 주자와 인척, 동향, 학교동문, 사법연수원 동기 등으로 알려지면 주가가 해당 정치인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박근혜 대통령 인맥주는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인 EG가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공약주로는 아가방, 보령메디앙스 등이 꼽혔다. 코스닥주 아가방컴퍼니는 5년 전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17일 주당 1만8200원을 찍었다. 2010년까지 주당 3000원 안팎에 머문 데 비하면 6배 뛴 셈이었다. 아가방컴퍼니는 박근혜 당시 후보의 저출산 대책 등 복지공약의 수혜주로 분석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기간엔 한국타이어 등 범 효성 그룹주가 돋보였다. 이 전 대통령 딸 수연씨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결혼, 양가가 사돈이기 때문이다. 그해 대선 직후인 12월 21일, 은행주가 강세였다.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가 금융과 산업자본 벽을 트는 금산분리를 완화할 거란 기대감 덕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이 산업은행 민영화 의지를 보이자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증권도 큰 폭 올랐다.

 

테마는 양날의 칼이다. 2007년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토목건설주가 급등했으나 대운하 공약을 철회하자 급락을 피할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아가방컴퍼니는 2014년 주당 4000원까지 떨어졌다. 2015년 1만원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14일 종가는 7810원이다. 2012년의 고점 1만8200원 기록은 이후 5년간 지금까지 깨지지 않았다. 

 

2002년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공약 관련, 충남을 기반으로 한 계룡건설이 주목받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인맥주는 대선이 끝나는 무렵 급락하기 쉽고 정책테마주는 이후 공약실현 기대감으로 비교적 하락폭이 적은 경향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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