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포함-이틀로 쪼갠 일정 文 대통령 숨은뜻은

[the300]文 대통령-기업인 대화, 전임정부와 차별화 역점 "격려와 당부"

김성휘 기자 l 2017.07.23 17:46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2017.7.3/뉴스1

차별화와 실질적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27-28일 진행할 '기업인과의 대화'에 화두다. 23일 청와대 발표에선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5개 기업의 총수 또는 전문경영인(CEO)을 이틀에 걸쳐 만난다. 하루에 7곳 또는 8곳의 기업을 만나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한 첫번째 고민은 차별화다. 

 

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경제계와 언제, 어떻게 만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6월말 미국 순방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구체적 계획이 성사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들 심지어 자신이 몸담았던 참여정부와도 다른 면을 보이려 한다. 경제계 회동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의 말처럼 “총수들 쭉 불러서 근엄하게 밥 먹는” 자리는 지양하고 관례를 탈피하려 했다.

 

참석 대상도 차별화를 고민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은 오뚜기다. 이번 대화의 화두인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우수기업이라지만 그런 중견기업은 오뚜기 외에도 많다. 최근 오뚜기가 '갓뚜기'로 불릴 만큼 모범적인 경영을 보인 점을 고려했단 후문이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선대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1500억원의 상속세를 내는 등 정직한 상속으로 주목받았다. 마트 시식사원의 정규직화, 라면값 동결 등도 소비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 "여러가지를 종합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대화가 돼야 한다는 점은 또다른 고민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마치 서열을 확인하듯 총수들을 불러 모으고 대통령의 '당부말씀'으로 채우는 행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동 규모도 이런 점을 고려했다. 정부측 배석자를 포함하면 한 차례에 15명 안팎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가 된다. 대규모 재계 회동에 비해 규모를 크게 줄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많은 걸 듣는 스타일 아니냐"며 "최저임금 인상을 이해해 달라고 대통령이 말하기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어떤 환경 만들었으면 좋겠냐'는 것에 대한 기업의 고충, 제안과 여러가지 듣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날짜별 참석기업 명단은 미정이다. 정치적 해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작위나 무순으로 나눌 전망이다. 다만 기업계에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정무적 고려도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우수모범기업이란 상징성 덕에 첫날(27일) 참석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잘한 기업에 '당근'(격려)과 미흡한 곳에 대한 '채찍'(당부)도 병행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상생협력을 열심히 잘 실천한 기업을 격려하고, 상생협력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려 노력중인 기업에 대한 당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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