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결의에 '낮은수위' 반발…도발 숨고르기 들어가나

[the300]특대형 도발 몰아친 北, 당분간 '탐색전' 예상…대미협상 엿볼 듯

박소연 기자 l 2017.09.13 17:28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6차 핵실험에 참여한 핵 과학자,기술자를 위해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사진=뉴스1

북한이 13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다소 낮은 수위의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북한이 제재 '전면배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외무성 보도'로 격을 떨어뜨린 것은 최근 잇단 고강도 도발을 잠시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가겠단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보도'를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제2375호를 정정당당한 자위권을 박탈하고 전면적인 경제봉쇄로 우리 국가와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것을 노린 극악무도한 도발행위의 산물로 준렬히 단죄규탄하며 전면배격한다"고 밝혔다. 결의 채택 하루 만이다.


외무성은 특히 이번 제재결의로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로 되였다"며 "미국과 실제적인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힘을 다져나가는데 더 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는 북한 핵개발의 정당함과 미국 주도의 제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추가 도발의 명분을 쌓는 것으로, 안보리 제재에 대한 북한의 기존 반응과 같은 패턴이다. 특히 '끝을 볼 때까지 이 길을 더 빨리 가겠다'고 밝힘으로써 핵무기 완성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외무성 보도' 형식을 빌린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반응 중 가장 낮은 형식"이라면서도 "북한이 그동안 스스로 제재에 도발로 행동해왔던 사례, 결의 채택 하루 전에도 외무성 성명 등을 발표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초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가 채택된 지 하루 만에 '공화국 정부 성명'이라는 가장 격이 높은 형식을 취해 "단호한 정의의 행동에로 넘어갈 것" "그 어떤 최후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할 것"이라며 위협적으로 반발했다. 이후 괌 포위사격 위협,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북태평양 발사 등 대형 도발이 이어졌다.


이에 비해 북한의 이날 '외무성 보도'는 기관 명의 성명이나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등보다 무게감도 덜하고 위협 수위도 낮다. 북한이 이후 행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전면배격 운운하는 내용은 기존 주장의 반복이지만 형식 면에서는 낮은 수준"이라며 "결의 2375호를 모른 척 할 수 없으니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까지 몰아치기식으로 도발을 해왔기 때문에 당분간 숨고르며 국제사회의 제재 이행과 미국 등 독자제재를 관망하며 탐색해보겠다는 것"이라며 "10월 중순까지는 내부적으로 수소탄 성공 자축연 등을 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차 핵실험 후 북한의 행보가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라며 "안보리 결의 2371호가 발효되는 상황에서 고강도 도발을 연이어 했는데, 이번 결의도 고강도인데 여기서 추가도발을 더 하면 원유금수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긴장하며 상황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초부터 2달여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카드를 급속도로 소진한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의 대결 국면은 가져가되 고강도 도발보다 중저강도 도발을 하며 협상의 기회를 엿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오는 19일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를 앞두고 대외 홍보전에 주력하는 한편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중국 19차 당대회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물밑접촉을 통해 대화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11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결의 2375호를 채택한 후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며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는 않았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고위당국자가 북한의 체제를 훼손하거나 존엄을 모독하는 발언을 할 경우 북한은 언제라도 도발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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