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월호 상황일지와 '빨간펜' 위기매뉴얼 어떻게 찾았나

[the300]위기관리지침서 수정 자료는 9월27일, 추석연휴 지나 11일 상황일지 확인

최경민 기자 l 2017.10.12 19:05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 보고일지 등이 사후 조작됐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사진은 정식 절차 없이 수정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2017.10.12.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12일 공개한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조작 문건'은 청와대가 통합적인 국가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기본지침 마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 같은 지침 개정이 청와대 내부에서 추진됐는데, 위기관리가 '재난'과 '안보위기'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이 주로 이뤄졌다. 청와대 측은 이전 정부의 위기관리 지침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들여다봤고, 지침이 2014년 7월에 개정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캐비닛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 기존 위기관리지침에는 청와대안보실장이 위기상황의 종합컨트롤타워를 한다고 돼 있지만,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의 지시로 '재난은 안행부가 한다'고 수정된 것이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빨간 볼펜'으로 줄을 그어 놓는 수준으로 불법 수정된 지침서였다.

청와대는 곧바로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했는데, 지난달 30일부터 추석 연휴기간이 끼어서 관계기관과의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발견한 이후 워킹데이는 지난달 28일과 29일, 그리고 이번달 10~12일 정도로 4~5일 밖에 안 된다"며 "왜 이렇게 지침을 바꿨는지에 대해 여러가지로 추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기간 법제처 등을 통해 위기관리 지침 개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세월호 참사 상황보고 일지 조작이 드러난 건 더 늦었다. 위기관리지침이 변경된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 11일에야 발견됐다.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도, 해난사고' 등의 키워드로 안보실 공유폴더 전산 파일을 검색했고 여기서 2014년 4월16일과 10월23일의 상황일지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파일은 참사 최초보고 시간이 오전 9시30분으로 명시됐지만, 10월에는 오전 10시로 변경됐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오전 10시15분)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초보고 문서는 한 달 뒤인 그해 5월15일 수정된 버전이다.

임 실장은 상황보고 일지 조작 문건 발견을 12일 오전 8시 보고 받았다. 그는 "긴 시간 고민하고 토의한 끝에 관련 사실이 갖는 성격의 심각성이나 중대함을 감안하여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매일 오전 9시 문 대통령과 임 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 진행하는 '티타임 미팅'이 이날도 진행됐고, 임 실장이 관련 내용을 문 대통령에 보고했다. 문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도록, 알리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오후 3시, 청와대는 임 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관련 조작 문건 발견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임 실장은 "관련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이 정도로 사사로이 국정을 농단할 수 있나"라며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아침 8시에 보고 받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세월호 관련 문서을 이잡듯 뒤지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청와대에서 발견된 파일만 250만개 정도가 되기 때문에 도저히 찾을 수도 없고, 내용을 알 수도 없다"며 "우연히 일을 하다 보니 발견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연결이 돼 발견되는 그런 경우다. 처음부터 어떤 특정 문서를 찾겠다는 목표를 가진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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