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간 협력 전제 조건, 지방 보는 인식 달라져야"

[the300][여시재 포럼]도시전문가들 "도시 간 협력이 동북아 공동 번영의 길"

인천= 김상희 고석용 기자 l 2017.11.26 15:22
2017 여시재포럼 세션1 도시연합시대의 가능성/사진= 홍봉진 기자

한국·중국·일본·러시아의 도시 간 협력을 강화해 동북아 지역의 공동 번영을 이루기 위해선 "중앙 정부가 지방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2017 여시재 포럼'에서다. 이날 첫번째 세션 '도시연합 시대의 가능성 : 국가 간 한계를 넘어서는 도시 간 협력을 구체화 하기 위해 무엇이 요구되는가?'엔 국·내외 도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세션은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거대한 경제 권역인 동북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자로 나선 이연호 연세대 교수는 "동북아 지역은 민족주의가 강한데 이는 정치·안보 측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며 "정치·안보에 이견이 생기면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정지되는데, 이런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보완할 도시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세션의 취지를 설명했다.

발표자로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은 도시 간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지방의 자유도 강화'를 꼽았다.

유 시장은 "오늘 논의가 어떻게 하면 도시 간 협력 관계 증진으로 국가의 발전을 이뤄내느냐인데, 이와 관련해 누구나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 세계화와 지역화의 공존)'을 말한다"며 "모두 당위성에는 동의하는데 실제 쟁점은 중앙 정부가 지방을 인정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중앙 정부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지 때문에 늘 "아직 지방 정부는 어리다", "성숙하지 않았다"고 취급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실례로 지방의 기관들은 'OO청'이란 이름이 많은데 이는 중앙 정부가 지방을 산하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 시장은 "(지방은) '아직 안 돼', '준비가 안 됐어'라고 하는 것은 핑계"라며 "이런 부분의 인식 개혁이 없으면 (도시 간 협력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중 대표로 토론에 나선 진양현 부산진해자유경제구역청장 역시 유 시장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진 청장은 "부산의 경제자유구역은 중앙정부가 지정했는데, 실제 운용에서는 지방정부 공무원의 지원을 받는다"며 "그렇다보니 시너지가 나기보다는 중앙도 아니고 지방도 아니어서 방치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에 어떤 부분에서 자유를 더 주고, 권한을 주고, 구역을 확대하고 하는게 아니라, 부산과 같은 곳을 말 그대로 경제자유 도시로 만들어버리는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동북아 협력의 또 다른 축인 동해 지역의 도시 간 협력에 대해 소개했다.

최 지사는 "극동 지역이 아직 경제 등이 튼튼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침체돼 있는데 군사지역이라는 점과 이 때문에 교통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탓이다"며 "최근 들어 이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빠른 성과를 보이는 것은 동해 지역의 크루즈 관광 산업"이라며 "베이징 올림픽부터 평창 올림픽, 도쿄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올림픽 로드'로 이름 붙이고, 이를 통해 침체된 지역에 교통, 경제 등 여러 분야에 활력을 더해 연결하자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션에는 러시아와 일본의 관련 기관, 싱크탱크 전문가들도 참여해 도시 간 협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다이 니효 아시아 성장연구소 연구부장은 물류 분야에서의 대표적 도시 간 협력 사례인 한일 간 더블넘버 제도(한국, 일본 2개국 차량 번호판을 부착해 화물을 실은 트럭이 선박에서 내리면 별도 절차 없이 운송할 수 있는 제도) 성과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도시 간 협력을 확대·강화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가 클리로가 러시아 전략기획청 극동지부 총괄은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가 극동 발전을 21세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도시 간 인적, 문화, 경제 교류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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