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왜 1월14일 골랐나…박종철 떠올리며 "권력기관 개혁"

[the300]언론접촉 꺼려 직접 브리핑은 8개월만에…"국민생명 훼손 안돼"

김성휘 기자 l 2018.01.14 17:52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조국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 을 발표하고 있다. 조국(오른쪽부터)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김형연 법무비서관. 2018.01.14. amin2@newsis.com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개 권력기관 개혁안을 직접 발표한 건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첫째 왜 권력기관 개혁인지다. 그 이상 화제가 되는 굵직한 이슈에도 언론접촉을 피했던 조 수석이다. 이날 설명자료까지 준비, 적극 브리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둘째 왜 '1월14일'인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날 발표가 새로운 방안이기보다 각 기관서 논의해 온 내용을 종합, 재강조하는 의미여서 더욱 그렇다. 해답은 그의 발언에 있었다.

조 수석은 이날 오후 1시30분 브리핑을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음을 당했다"는 말로 시작했다. 실제 이날이 고(故) 박 열사 31주기다.

조 수석은 "당시 박종철은 영장도 없이 경찰에 불법 체포되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수배 중인 선배의 소재지를 대라는 강요와 함께 가혹한 물고문을 받고 끝내 숨졌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그해 7월에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을 맞고 의식불명에 빠진 이한열 열사가 끝내 사망하기도 했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영화 '1987'을 보시면서 시대의 참상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셨을 줄로 안다"고 했다.

그는 "독재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의 조직의 이익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왔다"며 "2015년에는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31년 전의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 2015년의 백남기의 죽음과 같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이 훼손되지 않고, 나아가 이들 권력기관이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서만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하고, 권한의 운용과정을 세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브리핑을 마쳤다. 

조 수석은 일찌감치 이날을 발표일로 잡았다. 1987년 박종철, 2015년 백남기 농민 등 권력기관의 권력남용과 왜곡이 극단적으로 국민 생명까지 침해한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려 한 것이다.

조 수석은 박 열사의 고교선배이자 서울대학교 동문이다. 그는 2012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 형벌권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 것인가, 국가 형벌권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제 전공으로 형사법을 택한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수석이 춘추관 연단에 선 것은 두 번째. 처음이자 마지막은 지난해 5월25일이었다. 조 수석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를 주문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그후로도 적폐청산, 인사 검증 논란 등 조 수석의 입장은 초미의 관심이었으나 그때마다 업무특성상 언론접촉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조 수석은 청와대 근무 전부터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표적 교수이자 '스피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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