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전두환' 대통령 개헌안 발의의 역사…"이번엔 다를까"

[the300]원내 야당 "관제 개헌" 비판…정당별 개헌안 준비는 '아직...'

김하늬 기자 l 2018.03.13 16:15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보고 받은 헌법 개정 자문안을 토대로 오는 21일 개헌안을 직접 발의한다. 이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이 대통령 발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야가 논의와 합의를 통해 개헌안을 도출해야 하는데 국회 합의를 건너뛰고 청와대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정당별 개헌안이 나와 있는 건 아니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의 역사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살펴본 결과 9차례 진행된 헌법개정을 살펴보니 국회 발의가 아닌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모두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이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후 군사혁명위원회(국가재건최고회의)를 조직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뒤 국가재건최고회가 개헌안을 확정짓고 국민투표로 확정했다. 최초로 국민투표 통한 헌법개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이전에 비상계엄이라는 초헌법적 상황 안에서 이뤄졌다는 흠결을 기록했다. 또 헌법재판소를 폐지했다.

1972년 , 대통령 3선에 성공한 박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국가긴급권)을 선포한 뒤 국회를 해산하고 유신헌법을 공포했다. 유신헌법은 대통령 선거를 국민 대신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를 신설했다. 통일주체국민회 의장을 박 전 대통령이 겸직했고, 대통령 임기에 중임이나 연임 제한이 없어 사실상 1인 장기집권체제를 위한 개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월 26일 사망한 뒤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는 8차 개헌을 단행했다. 이 또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개헌안 초안을 만들고 대통령이 발의했다. 전 전 대통령은 간선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7년 단임제를 담았다.

물론 국회가 개헌을 발의해 통과시켰다고 해도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든 건 아니었다. 1952년 이뤄진 첫 번째개헌은 국회가 발의했지만 대통령의 개헌안을 포함시켜 '발췌개헌'이라고 불린다.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을 군인과 경찰로 포위한 채 기립 투표 방식으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 전 대통령 주도로 이어진 1954년 2차 개헌도 '사사오입' 개헌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 전 대통령은 3선을 위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초대 대통령에 한해 제외하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재적의원은 203명. 개헌을 위해 3분의2가 찬성하려면 135.333표 이상 나와야 했지만 찬성표는 135표에 그쳤다. 당시 여당이던 자유당과 법무부가 "수학의 사사오입(四捨五入)의 원칙에 따라 0.333은 버릴 수 있는 수이므로 203명의 2/3는 135명이다"는 논리와 유권해석을 내놓고 재차 가결해 개헌안이 공포됐다. 다만 2차 개헌은 국민투표제를 도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영화 '1987'/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행 헌법은 1987년 9차 개헌안이다. 이 개헌안은 정당별 개헌안을 펼쳐놓고 논의하며 조문을 완성시켰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당시 국회는 1986년 6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만들고 1년 3개월 가량 논의를 진행해 1987년 10월 제9차 개헌을 완성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1987년 7월부터 정당별 헌법개정안을 만들어 두 달 넘게 개별 조문을 비교해가며 여야 합의를 이뤘다는 점이다.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노태우 대통령) 뿐만 아니라 야당인 통일민주당(김영삼, 김대중), 신한국당(김종필) 한국국민당 등도 각각 당론에 입각해 헌법개정안을 내놨다.

덕분에 '87년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 계승을 최초로 명시했고,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삭제하면서 권력 분산을 시도했다. 아울러 국정감사 부활, 대법관제 부활, 헌법재판소 부활, 군 정치중립 의무화, 언론검열 폐지,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보장, 최저임금제 시행 명시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2018년 현재, 국회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와 지금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다르지만 대통령 개헌 발의는 '관제 개헌'의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6월 개헌'에 우호적인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현재 국회 구도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다면 국회를 쪼개버리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3분의 2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의조차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결국 개헌안은 사라지고 개헌을 둘러싼 책임 공방만 남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개헌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개헌에 야당이 동참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여당의 정치 공세다"고 못박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은 분명히 시대적 과제이지만 시늉보다 얼마나 잘된 개헌을 할 것인지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1987년 개헌도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여야가 모여 공통의 시대 과제에 대해 합의했다"며 "야당과 합의 없이 개헌안을 발의하려는 것은 국민 여론에 대한 합당한 태도다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 '개헌 적기'라며 국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등은 개헌에 대한 자신들의 당론을 내놓지 않고 정부 개헌안 내용에 일방적으로 딴죽을 걸고 있다"며 "이번주, 국회 주도 개헌 성사 여부가 달린 한 주인 만큼 야당과 협상에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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