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대화국면에…중·일, 北核 존재감 과시 '안간힘'

[the300]中 '쌍궤병행'·日 '한미일' 강조…정부 "양자·다자협의 가능성 모두 열어놓고 외교적 노력"

박소연 기자 l 2018.03.13 18:14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과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남북과 북미 간 직접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과거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과 일본이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12일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맞아 크게 환대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임에도 이례적으로 정 실장과 35분간 만났다. 정 실장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과도 각각 면담과 오·만찬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이날 북미대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 실장에게 "한국이 포함된 국제사회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추진)에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핵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단 점을 직접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3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당초 예정된 15분을 훨씬 넘긴 1시간 가까이 만나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날 서 원장은 총리 공관 접견실에서 과거 우리나라 인사들이 앉은 '낮은' 의자가 아닌 동등한 높이의 의자에서 아베 총리와 접견해 눈길을 끌었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 변화는 그동안 한미일 세 나라가 긴밀히 공조해온 결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한국과 확실히 공조해나가겠다"면서도 "한미일이 협력해 북한 핵미사일과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고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이 13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공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베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한미일 3국 가운데 유일하게 대화에서 제외되고 있는 일본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대북 강경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온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하며 대화에 적극 나서자 입장을 다소 선회한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북한이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북한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오는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중국과 일본 등이 북핵 협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적극적인 외교적 역할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비핵화 로드맵 실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향후 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란 생각에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특사단의 중·일·러 방문에 대해 "정부는 북핵문제 관련 북미대화뿐 아니라 향후 3자, 4자, 5자 등 양자대화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며 "꼭 6자회담을 염두에 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6자회담을 배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는 국내에서 지지도도 떨어지는데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며 대외적으로도 이용할 카드가 없어졌다. '재팬 패싱(일본 소외)' 우려마저 나온다"며 "시진핑 주석도 무역 등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거세진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에서조차 영향력을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국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때 결국 일정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고,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가 깨질 경우 중국의 지원을 얻어내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역시 북한 문제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미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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