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투명화가 골자…세입자는 정말 편해질까

[the300][이주의 법안]②김병욱,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임차인 간 '적정 관리비' 눈치 게임 필요

백지수 기자 l 2018.03.16 04:02


# 올해로 자취 생활 10년차 직장인 A씨(28)는 최근 자취방을 네 번째 옮겼다. 긴 타향살이에 임차 계약도 이제 익숙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인 것이 있다. 원룸 관리비다. 월세 외에 매월 5만원 가량의 청소비와 기타 관리비 등을 내지만 이 돈이 진짜 청소에 쓰이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집 주인에게 따지고 싶어도 "싫으면 나가라"는 반응이 돌아올 게 뻔하다. 왜냐? 혼자 사는 사회 초년생 세입자는 을(乙)이니까. 이씨뿐 아니라 다른 원룸에서 거주하는 친구들도 관리비에 의문이 많다. 처음 입주할 때 고지된 관리비는 해가 바뀌자 어느새 올라있다. '(건물)주님'이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어느날 갑자기 추가 관리비를 청구하면 억울하다. 하지만 마땅한 집 구하기도 변변찮아 울며 겨자먹기로 오른 관리비를 내고 만다.


임대인이 원룸·오피스텔 등의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관리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다.


주로 혼자서 원룸촌 등에 방을 얻어 사는 청년 1인 가구들은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이들에게 계약 당시 고지받지 못했던 관리비를 갑작스레 청구받거나 해마다 오르는 관리비 등은 현실 문제다. 관리비가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어디에 쓰이는지 내역을 투명하게 알고 싶다는 수요가 충분하다.


김 의원 개정안의 신설 조항이 이들의 수요를 반영했다. 신설 조항 조문은 "임대인은 월차임(월세) 외에 청소비·수리비·관리비 등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임대차계약시 그 용도와 금액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방을 계약할 때 관리비의 세부 항목과 각 금액, 총액 등을 모두 계약서에 적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관리비 청구 계획을 세부적으로 명시해 계약서로 만들어 두면 계약서 '을'인 청년 세입자들이 임대인의 부당 행위에 항의할 근거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호응도 있다. 원룸에 사는 직장인 이덕현씨(29)는 "원룸에 살면서 부당한 관리비가 청구돼도 이웃과 소통이 없어 단체 행동도 어려워 결국 개인적으로 집주인과 싸워야 한다"며 "관리비가 투명화되고 서류로 근거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불합리함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를 하는 임대인들 중에는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적정한' 관리비를 산정하기 위한 또 다른 비용이 영세 임대인들이 부담을 늘리고 이 때문에 월세 등 다른 명목으로 세입자에게 다시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관리비 산정과 정산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통상 임대인에게 주택 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측면에서 임대차 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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