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셀프후원' 위법"…文대통령은 왜 선관위 유권해석을 요청했나

[the300]관행과 위법의 경계 모호

김민우 기자 l 2018.04.16 21:04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김기식 금감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임기말 '셀프후원'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후원금과 관련 인사검증 당시 파악하지 못했다고 물러섰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한 부분은 이번 기회에 과거의 관행과 위법사이의 경계를 확실히 구분짓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4가지를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이날 4가지 사안 중 국회의원이 임기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당해 단체의 정관·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해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제113조에 위반한다는 판단이다. 김 원장이 후원한 '5000만원' 금액이 종전의 범위를 넘는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선관위는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출장의 필요성 내지 업무관련성, 피감기관 등의 설립목적 및 비용부담 경위, 비용지원 범위와 금액, 국회의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날 선관위가 위법으로 판단한 사한은 김 원장이 19대 의원 임기말 더미래연구소에 후원금 5000만원을 납부하기에 앞서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받았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같은 사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사검증에 '구멍'이 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김 원장과 관련 "민정 쪽에서 검증 당시, 후원금은 그 내용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 원장관련 입장문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입장문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이른바 '셀프후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만 남긴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확인 받고 싶었던 부분은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관행'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청와대가 피감기관 16곳만 무작위 조사했는데도 여야 합쳐 167건의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는 것과 통하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고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라며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문 대통령은 과거의 관행과 위법이 혼재된 상황에서 인사를 발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토로하는 동시에 이 기회에 위법과 관행의 기준점을 새로 세우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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