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파란 물결' 속에서 분 '녹색·노란색 바람'

[the300]녹색당, 제주·서울서 '약진'…정의당도 '성장'

이건희 기자 l 2018.06.14 10:37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 시작일인 31일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왼쪽 두번째)가 제주시 제주시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전국이 파란물결로 뒤덮였다. 그러나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녹색' '노란색' 바람이 불며 정치의 다양성을 꿈꾸게 했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고은영 녹색당 후보가 5명의 출마자 중 득표율 3.53%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현역 지사였던 무소속 원희룡 당선인(득표율 51.72%)과 여당인 민주당 소속 문대림 후보(40.01%)의 뒤를 잇는 성과였다. 오히려 고 후보는 주요 야당인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와 바른미래당 장성철 후보를 제쳤다. 고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 도민 연간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 등을 내세웠다.

녹색당은 생활정치, 다양성정치 등을 통해 소수자의 생명과 자연을 옹호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2012년에 설립됐다. 올해 당원 수 1만명을 넘어선 군소정당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제주지사 후보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후보를 내세웠다.

특히 제주에서 녹색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고 후보는 제주지사 득표율 3위에 올랐다. 당 차원으로는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서 4.87%의 득표율을 받아 7개 정당 중 5번째 순위에 올랐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의원 의석할당정당 요건인 '5% 이상'에 턱밑까지 다다른 숫자였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6ㆍ13 전국동시지방선거 소수정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KBS 초청 TV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에서도 녹색 바람은 불었다. '페미니스트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8만2000표 이상을 얻으며 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6% 득표한 김종민 정의당 후보를 제치고 당당히 4위에 올랐다. 서울시장 선거가 지방선거의 승리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눈길 끄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신 후보는 또 이날 자신의 SNS(소설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66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들어왔다"며 "지지·후원해주신 덕에 빚지지 않고 선거를 마쳤다"고 전했다. 그는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성평등'을 지방선거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의당도 전국 곳곳에 '노란 바람'이 불게 하는데 한몫했다.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한 곳도 얻지 못했지만, 구·시·군 의원 등에 총 37명을 당선시켰다.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자택 앞에서 정의당 김종민(왼쪽 두 번째) 서울시장 후보, 권수정(왼쪽 세 번째) 서울시의원 비례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갑질과의 전쟁, 조양호일가 OUT! 을아차차 1박2일’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의 권수정 후보가 정의당 시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권 후보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노조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최근 대한항공 갑질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의 행보에도 꾸준히 힘을 실어줬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4년 전 3.6%에 불과했던 정당 지지율이 이번에 9%대를 기록했다"며 "목표했던 두 자릿수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제3당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의당의 지방 공직자들은 한국당의 시대착오적 행위에 대해선 비타협적으로 맞서고, 민주당이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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