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개각이 시작이다

[the300]

박재범 정치부장 l 2018.08.28 04:24
분명 흐름이 변했다. 지방선거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지지율 하락 등 숫자만 봐도 그렇다. 진단은 다양하다. 정반대의 분석이 오간다. ‘적폐청산의 피로감 vs 미흡한 적폐청산’ ‘정책의 보수화 vs 좌파적 정책’ 등 시각이 엇갈린다.

진보층은 정의당으로, 보수층은 무당파로 간다.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현상은 큰 변화가 없다. 적폐 청산은 진행형이다. 정부 정책을 보수·진보로 양분하기 쉽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이 융단 폭격을 맞고 있는 가운데 반대편에선 ‘혁신성장’이 진보 지식인의 돌팔매를 맞고 있다.

여권 인사는 현재를 진단했다. “뭘 해도 통하던 때가 지났다”. 지난 2년이 그 시기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시작점은 문재인 캠프로 잡아야 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1기는 ‘문재인 캠프 1년 + 문재인 정부 1년 ’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은 캠페인(선거)의 연장선에 있었다. 캠페인을 국정으로 확장했다. 의제를 던지고 이슈화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거 정부 청와대 캐비닛 등 과한 듯한 주제도 있었지만 넘어갔다. ‘문재인 캠프’의 공감 능력은 ‘문재인 정부’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뭘 해도 먹혔다’.

인수위원회 없는 정부 출범에 대한 우려도 기우였다. 오히려 캠페인의 연장 측면에선 장점이 됐다. 캠프가 몇 달 간 밤 새워 만든 공약은 때 묻지 않은 채 국정 과제가 됐다. ‘공약=국정과제=바이블’이다. 과거 정부의 핵심 공약이 인수위 과정을 거치며 휴지통에 들어간 것과 비교된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직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약가계부’도 1년 만에 사라졌다.

어찌보면 ‘관료의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시작한 보기 드문 정부다. 한 고위 관료는 “과거 어느 정부와 비교할 수 없다. 가장 확고한 국정과제를 가진 정부”라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없는’을 핑계로 내세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수위 없는’은 캠페인 정부의 힘이 됐다.


물론 캠페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캠페인의 동력이 떨어질수록 캠페인 정부의 한계가 드러난다. 흐름이 넘어가면 뭘 해도 안 통하는 때가 된다. 지금이 그 시점일까.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을 두고 ‘비상’ ‘위험 신호’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상화 단계다.

흐름은 ‘아직’ 넘어가지 않았다. 넘어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여권이 알고 있느냐다. 여론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에 맞춰 문재인 정부도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 ‘인수위 없는’ 정부여서 못했던 ‘전열 정비’다. 스포츠 경기에서 흐름이 바뀔 즈음 ‘작전 시간’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1년3개월의 관성대로 국정을 이어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캠페인 정부’를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캠페인 정부’는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을 전제로 하지만 ‘문재인 정부 2기’는 당과 정부의 ‘팀 플레이’가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 1기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게 의존했다면 2기는 ‘협업’ ‘협치’를 브랜드가 돼야하지 않을까.

여당은 지도부 개편을 완료했고 청와대도 실무진 개편을 끝냈다. 남은 것은 개각이다. 국면 전환용 인사는 안된다지만 흐름이 바뀔 상황이면 당연히 사람도 바꿔야 한다. 갈등·불협 화음 등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면 특히 그렇다. 소통과 공감이 최대 무기였던 현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씩 벌어지는 간극을 인식하고 채우는 모습이다. 개각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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