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인 파격'과 '유쾌한 이색'..文 버킷리스트 백두산행 보니

[the300]金 파격 제안에 즉석에서 결정..공군2호기 뜨고 총수일행 방한복 긴급공수

평양공동취재단, 최경민, 이건희, 한지연, 양성희 기자 l 2018.09.20 16:40
【백두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꽉 짜여진 최고 수준 의전으로 진행되는 정상회담이지만 극적 변수는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일 백두산 방문이 평양에서 결정됐다. 변수가 큰 만큼 이색도 많았다. 문 대통령이 공군 1호기가 아닌 2호기에 탑승했고 케이블카에 몸을 싣기도 했다. 재벌 총수들은 단체복을 입고 천지에서 '엄지척' 사진을 찍었다. 

백두산행은 일단 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평양에 마련된 국내언론 프레스센터에서 '평양에 와서 백두산행 제안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18~19일 사이에 직접 제안을 한 것이라는 의미다. 청와대의 설명 대로라면 '깜짝' 제안이다.

다만 이렇게 즉흥적으로 평양에서 백두산까지 동선을 확대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의전 등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북측 소식통 발로 2018 남북정상회담평양이 개최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의 백두산행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사무소 대표의 말을 인용해 "양강도 혜산에서 삼지연 구간까지 대규모 도로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일대가 비상경비태세에 들어갔다"며 "현지인들이 갑자기 도로보수에 총동원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에 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힌트는 우리측에서도 나왔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백두산 천지에서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복장도 미리 준비했다. 백두산에서 문 대통령이 검은색 코트, 김 여사가 흰색 코트를 입었다. 9월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여러가지 정황들을 볼 때, 날씨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동선은 평양에서 확정했어도 백두산 방문 자체는 정상회담 전에 확정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파격적인 이벤트였지만, '잘짜여진 파격'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평양방문 3일째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두산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탑승해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파격엔 이색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백두산 인근 삼지연공항으로 이동과 다시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보잉747급의 공군1호기가 아닌 보잉 737-3Z8 기종인 공군2호기를 탔다. 삼지연 공항의 활주로가 1개인데다 그 폭이 좁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 내외와 함께 백두산 천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케이블카'도 이용했다. 북한에서 삭도열차로 불리는 교통수단이다. 좁은 4인승 케이블카를 타면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 쪽에 앉는 기사도를 보였다. 케이블카는 약 10분 동안 운행했다. '케이블카 부부회담'이었다.

갑자기 백두산에 오르게 된 재계 총수일행 등 특별수행원들을 위해서는 방한복이 긴급 공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특별수행원들이 일제히 'K2' 재킷을 입었다.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던 K2코리아의 제품이다.

통일부는 전날 오후 K2코리아에 500벌의 옷을 주문했다. K2코리아 관계자는 "통일부의 구매 요청에 따라 저녁 10시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제품을 배송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등 총수일행은 나란히 이 옷을 입고 백두산 천지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사진을 남겼다. 
평양방문 3일째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경제게 특별수행원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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