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어록]"국민께 보여선 안될 모습 보였으니…도시락 회의"

[the300][국감]여상규 법사위원장 "점심 정회 않고 회의 진행"…'파행' 법무부 국감 재개 직후 대국민 사과했으나 또 '파행'

과천(경기)=백지수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l 2018.10.12 12:44
12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법무부 국정감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관련 발언으로 인한 여야의원들이 설전으로 잠시 휴정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들에게 보여선 안 될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점심시간 따로 갖지 않고 도시락을 먹으며 회의합시다. 그렇게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 12일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대치 끝에 정회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가 점심 시간 직전 재개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도시락 회의를 하며 지연된 질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법사위 국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갑작스런 국감 보이콧으로 15분 만에 다시 파행했다.

여 위원장은 이날 오전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를 재개한 후 "국민들에게 보여선 안 될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점심시간 따로 갖지 않고 도시락을 먹으며 회의를 하자"는 결단을 내렸다. 여 위원장은 "오늘 감사가 파행된 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사위는 1시간 가까이 정회하며 각 당 간사 간 협의를 하다 오전 11시54분쯤 일단 속개했다.

이날 법무부 국감에서는 오전 중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제주 강정마을 주민 사면 복권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 간 고성이 오가다 정회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만나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사면·복권은 관련된 재판이 모두 확정돼야만 할 수 있다"며 "모두 확정되는 대로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재판도 끝나지 않은 사건을 가지고 사면·복권을 논한다는 것은 사법부를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이것이 사법재판 농단이고 사법부 무력화"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도 "대통령과 장관이 어떤 얘기가 됐길래 대통령에게서 그런 사면 얘기가 나왔는지 듣고 국감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이 "누가 지금 국감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항의하며 갈등이 커졌다.

여 위원장은 의원들끼리 "듣기 싫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다툰 것을 두고 "품위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상대당 위원들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거나 심지어 듣기 싫을 때도 발언이 끝날 때까지 참아주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상대 당 의원 발언 중 발언권을 얻지 않고 끼어드는 행위는 제가 용납 않겠다"고 말했다.

도시락 회의까지 결의하고 재개한 국감은 다시 무기한 파행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대통령의 사면권 발언이 법무부장관과 협의 후에 나온 것인지 여부를 들어야 국감을 시작할 수 있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결국 여 위원장도 "다같이 도시락 식사는 어려울 것 같다"며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