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평양공동선언’은 비준 되고, ‘4.27 판문점 선언’은 안 되나

[the300]비준은 대통령 권한..법제처 해석따라 국회 동의 필요

안동현 인턴기자 l 2018.10.24 14:52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0.23.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선언은 23일 국무회의에 상정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두 합의서를 심의·의결했다.

9월 평양 정상회담이 이뤄낸 두 성과는 사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인 ‘4.27 판문점선언’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약 5개월 먼저 태어났던 ‘4.27 판문점선언’은 아직 대통령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안 처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는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 없이 국무회의에서 비준됐고, 반대로 이 선언의 어머니 격인 ‘4.27 판문점선언’은 아직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4.27 판문점선언’의 비준안은 지난 9월 11일 국회에 접수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계류 상태에 있다.

◇비준vs비준동의안=‘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 다른 상황에 처한건 비준에 관한 법해석 차이 때문이다. 

비준은 국가 간 맺은 조약을 헌법상 조약체결권자가 최종적으로 확인해 동의하는 절차다. 헌법은 비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데(73조),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나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에 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60조)

지난 8월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 법제처는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3항에 따른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로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남북합의서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법제처는 반면 ‘9월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에 관해서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거나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놨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3일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원칙과 방향, 합의, 선언적 합의는 (국회 동의 대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게 이 내용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의 경우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이 처리 될 때까지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수 없다. 그러나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는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비준했다. 

◇평양공동선언 비준의 효과는=23일 비준안이 의결된 후 이에 반발하는 야당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문 대통령의 초헌법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서 강력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제발 성과에 급급해서 남북관계를 조급하게 처리하지 말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와 같은 반발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준안을 의결을 강행한 것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견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비준안은 다음 주 관보에 게재된다. 관보에 실리는 것은 비준안이 공포됨을 의미한다. 동시에 비준안은 법적효력을 띄게 된다.

문 대통령은 비준안 통과와 관련 “(비준을 통한)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일부 야당이 판문점 선언에 강 건너 불구경 태도 자체였다. 국회에서 여러 번 합의문이 나왔지만 야당의 불이행으로 휴지조각이 됐다”며 “한반도 평화를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비준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논평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