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례대표 재선률 '1.8%'…'이러려고 비례했나 자괴감'

[the300][런치리포트-비례대표 수난사]①2001년 이후 18년만의 비례대표 전면수정 '주목'

조준영 기자, 안동현 인턴기자 l 2019.01.08 04:30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선거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막혀 공전하고 있다. 여야가 비례대표 확대에 공감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해서다. 일각에선 기존 비례대표제가 정치 신인의 등용문에 그친 탓에 선거제 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공천제도 개혁 등 보다 종합적인 제도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초선의 무덤'…지역이냐 낙선이냐 양자택일밖에 없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인2표제가 도입된 17대 총선부터 19대까지 비례대표 의원들의 정치 경로를 전수조사한 결과 비례의원이 비례대표로 재선한 경우는 고작 1.8%에 불과했다. 비례의원 총 164명(17대 56명, 18대 54명, 19대 54명) 중 3명에 그친 성적이다.

지역과 비례 상관없이 재선에 성공한 비례의원도 18명(10.9%)에 그치며 비례대표가 '초선들의 무덤'이란 말도 나온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 대부분은 새로 지역구를 찾아 정치 생명을 연장하거나 지역기반이 없어 낙선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가운데 비례대표로 다시 살아남은 3명의 비례의원은 △17대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18대 미래희망연대) △17대 김종인 새천년민주당 의원(->20대 더불어민주당) △18대 박선숙 통합민주당 의원(->20대 국민의당) 등이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입성해 지역 안착에 성공한 의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4선 의원으론 최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취임한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사법개혁특별위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있다. 3선의원엔 현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민주당 의원,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민주당 의원,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꼽힌다.



국회의원 4년 임기 중 3년차부턴 모든 의원들이 다음 선거를 위한 활동을 개시한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기반 없이 정당 공천으로 의원이 된만큼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우선 타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에 깃발을 꽂는 경우가 많지만 여의치 않으면 자기당 의원과의 경쟁도 불사한다. 지역구 활동 대신 입법활동에 집중케 하기 위해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국회 후반기엔 모든 의원이 선거모드로 전환하며 '입법공백'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정치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무색하게 비례대표제가 청년·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정계진출 문턱을 높인다는 비판도 지적된다. 실제 17대부터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수 기준으로 상위 3개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를 확인한 결과 △17대 49.7세 △18대 54세 △19대 53.2세 △20대 55.1세 등 갈수록 평균 연령이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비례대표 수난사, 군부정권 유지수단에서 선거개혁 선봉장으로?!

선거개혁의 중심에 선 비례대표제도는 1963년 6대 총선에 처음 도입됐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세력이 개정한 선거법엔 지금 보면 놀라운 조항들이 가득하다.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 득표비율을 비례의석 배분기준으로 삼았는데 제1당의 득표율이 50%미만인 경우 비례의석(44석)의 2분의1을 배정받도록 했다. 영원한 ‘여당만들기’ 제도였던 셈이다. 이처럼 심각하게 기울어진 제도 아래에서 민의가 온전히 반영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러한 비례제도는 2001년이 돼서야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으로 정당사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헌재가 "1인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배분 방식이 위헌" 이라고 판단하면서다. 당시 공직선거법 189조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의석을 배분했다.



쉽게 말해 지금과 같은 정당투표 없이 지역구 선거에서 A정당의 B후보를 선택할 경우 자연스럽게 A정당을 지지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한 것. 헌재는 이를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과 직접선거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기존 선거제에 정당 투표용지 하나가 추가되자 지역구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소수정당들이 원내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노동·환경 등 새로운 의제들이 국회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2019년 정개특위서 논의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또 한번의 거대한 변화를 이끌 중요한 개혁으로 점쳐진다. 기존 비례대표제는 1인2표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비례의석수가 할당돼 불비례한 선거결과의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정개특위에선 비례의석 확대라는 기본원칙엔 공감대를 이뤘지만, 거대 정당과 소수당의 유불리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그 규모와 지역구 의원과의 비율 등 디테일에선 각 당의 견해차가 심하다"며 "2001년 이후 18년만에 비례대표제의 전면수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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