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사나 울린 '연호'…올해는 '대한민국 101년'

[the300][런치리포트-연호법]①'대한민국'→'단기'→'서기', 역사 뒤안길로 향한 연호

김평화 기자 l 2019.05.08 05:30
 걸그룹 트와이스 사나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영화 '트와이스랜드'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와이스랜드'는 올해 진행했던 두 번째 투어 '트와이스랜드 존 2 : 판타지 파크(TWICELAND ZONE 2 : FANTASY PARK)'의 공연 실황을 담은 트와이스의 첫 영화로 오는 7일 개봉한다./사진=김창현 기자

걸그룹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 사나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연호’ 논란이다. 일왕 교체로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변경되는 것에 대한 감상을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다.

“헤이세이(平成)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 시대가 끝난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레이와(令和)라는 새로운 스타트를 향해 헤이세이의 마지막 날인 오늘을 상쾌한 하루로 만듭시다! 헤이세이 고마워, 레이와 잘 부탁해.”

단순한 감상일 수 있지만 파장은 의외로 거셌다. 군국주의 상징인 일본 연호를 일본어로 언급했다는 게 불편한 시선의 출발이다. 물론 연호는 그저 ‘시대의 구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헤이세이는 아키히토 전 일왕이 즉위한 1989년부터 사용한 일본의 연호다.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1일 즉위하면서 일본의 연호는 레이와가 됐다. 사나는 헤이세이 시대인 1996년생이다.

연호는 군주국가 군주가 자신의 치세 연차에 붙이는 칭호다. 연도를 표시하는 호칭이다. 근대 이전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 사용됐다. 특히 중국 대륙을 지배하는 국가가 만든 연호를 주변 국가들이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유물’이 됐다. 지금까지 연호를 쓰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한국에도 연호가 있었다. 고구려 시절, 광개토대왕이 최초로 독자 연호를 썼다. ‘영락(永樂)’이었다. 신라때는 법흥왕이 ‘건원(建元)’ 연호를 썼다. 발해와 고려도 독자 연호를 쓴 국가다.


◇‘대한민국’→‘단기’→‘서기’, 연호의 역사=‘대한민국’도 연호에서 시작됐다. 해방 이후 임시정부 수립연도인 1919년을 원년으로 대한민국이란 연호가 사용됐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1919년 4월11일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공포하면서 ‘대한민국’을 공식 기년법으로 채택했다. 이날을 ‘대한민국 원년 4월 11일’로 표기했다. 이때부터 입법, 재정, 외교, 군사 등 모든 공문서에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했다. 

1948년 단군기원(단기)이 공용 연호로 채택된다. 1945년 광복 후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의 국회는 1948년 9월25일 법률 제4호로 ‘연호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다. 국회는 앞서 같은해 7월12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며 그 전문(前文)에 제정연도를 ‘단기 4281년’으로 표기했다.

현재 통용되는 서력기원(서기)는 1961년 말부터 사용된다. 그 해 5월16일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기 연호 사용을 추진하면서다. 같은 해 11월 국회가 국제 조류에 따라 서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기가 사용되면서 전통적 의미의 ‘연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통 되찾자”…이후 나온 연호법 개정안=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연호에관한법률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서기를 공용연호(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연대표기 방식)로 유지하되 단기를 함께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단기 연호로 계산하면 올해는 ‘단기 4352년’이다. 민족의 ‘반만년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게 연호 병기를 요구하는 취지다. 

이 의원은 “기존의 서구 편향적인 제도를 개선해 우리민족의 건국기원인 단기를 서기에 병기하도록 정부에 노력을 촉구한다”며 “단기 병기가 확대돼, 우리의 자랑스러운 반만년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국격에 걸맞는 자긍심 고취와 자랑스러운 반만년 역사를 가진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민간단체인 ‘단기연호병기사용법제화추진위원회’는 “고조선 건국일을 경축하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고, 고조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으면서 고조선 건국일로부터 날짜를 계산하는 단기를 서기에 병기하는 것조차 못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결국 19대 국회가 막을 내린 2016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단기를 병기하는 것은 법률에 위반된다는 입장이었다. 20대 국회에선 ‘연호에 관한 법률안’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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