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내전 2라운드…손학규, 안철수+유승민계 압박에 "절대 퇴진 안해"

[the300]손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 안해"…오신환 "의원들 총의 모아 결론 낼 수 있을 것"

강주헌 기자 l 2019.05.16 17:10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오신환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6일 당내 퇴진 요구에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손학규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거세진 가운데 당 내홍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의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의 국회 대표를 뽑는 선거였지, 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다"며 "공당의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를 당헌, 당규에 따라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유승민계 연합'이 오 원내대표를 당선시키면서 퇴진 압박이 거세졌지만, 손 대표는 '만약 네가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 전진하라'는 영국의 처칠 수상의 말을 인용하며 결사항전의 뜻을 밝혔다.

 

안철수‧유승민계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힘을 모았다. 목표는 '손학규 체제 붕괴'였다. 안철수계는 오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밀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손 대표 체제보다는 안철수·유승민을 내세우는 게 국민적 지지를 얻는데 설득력이 있다는 공감대를 모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손 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주신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라며 사퇴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오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바른미래당을 '중도개혁'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손 대표는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이 수구 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며 "계파가 아니라 국민과 민생을 위해 ‘제3의 길’을 끝까지 지킬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 대표는 당 수습의 일환으로 △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당직 개편 △혁신위원회 설치 △총선전략기획단 가동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당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최고위원회가 '식물상태'다. 최고위 구성원 9명 중 오 원내대표와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 등 5명은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손 대표는 오 원내대표와 당직 개편을 두고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손학규 퇴진'을 주장하는 오 원내대표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석 상태로 최고위 구성원 중 하나인 정책위의장 임명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지난 1일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임명을 강행했다. 정책위의장을 임명해 우군으로 삼아도 손 대표를 포함, 의결 정족수 '9분의 5'에 미치지 못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오신환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손 대표가 결사항전의 뜻을 밝힌 가운데 오 원내대표도 퇴진 압박보다는 당 수습에 먼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손 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밝힌 혁신위 구상 등에 "의원마다 생각이 다르고 그걸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의원단 워크샵 등을 통해서 총의를 모으고 결론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극한 대립으로 당 내홍 격화를 우려해 '손 대표 퇴진 압박' 등의 당내 충돌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당 수습을 해야 하는 오 원내대표가 대표 퇴진 요구로만 일관할 경우 내홍 격화 등 위험부담이 있다"며 "당직 인선 등을 두고 우선 협의를 한 뒤 질서 있는 퇴진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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