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문단 대신 김여정 통해 판문점에서 조의문·조화 전달(종합)

[the300]김여정, 정의용 실장과 환담 등 예상…조문단 파견 전 단계 예우 평가도

권다희 기자, 백지수 기자 l 2019.06.12 16:11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영정과 위패가 놓여있다.[정병혁 기자]2019.06.11/사진=김창현 기자

북한이 이희호 여사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다. 조문단 파견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동생을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예우를 갖춘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북측이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통지문에서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12일 오후 5시 판문점 통일각(북측지역)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 우리측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 밝혔다.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 대표로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김여정 제1부부장으로부터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기 위해 나간다.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이 과거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인사들의 장례에 조문단을 파견해 온 전례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희호 여사는 2000년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에 영부인으로 동행했고,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조문단을 꾸려 방북해 상주인 김정은 위원장(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이 여사는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이던 2015년 8월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로 방북하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가 남북관계에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국면이라 조문단이 파견된다면 남북간 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유지하고 있는 대남 압박기조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북측은 최근까지도 한미공조 등을 비난하며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문단의 방남이 대남 기조와 배치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북측이 가능한 최대한의 예우를 보여줬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최측근이자 친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우리 측 고위인사들과 만나 조의문과 조전을 직접 전달하도록 한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조의문 및 조화 전달 후 자연스럽게 김여정 제1부부장과 정의용 실장 등간의 환담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측에 입장을 직접 전달할 기회도 갖게 될 걸로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 후 북측이 대남압박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려 한 듯 하다"며 "동생인 김여정을 보낸 건 방남하지 않으면서 그 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접촉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기회도 될 것"이라며 "전격적인 남북대화 재개라 보긴 어렵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은 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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