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좌관'에 놀란 여의도 보좌관…"이정재가 어딨나요"

[the300][런치리포트-보좌관이 본 '보좌관']공감과 황당 사이, "현실과 동 떨어져"

백지수 기자 l 2019.06.17 18:43


"이렇게 보니까 여기가 대한민국 심장 같아요."

JTBC 드라마 '보좌관'에서 병아리 인턴비서 한도경(배우 김동준)은 국정감사 시즌 국회를 처음 보고 이같이 말한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국회로 몰려들어 국감을 준비하고 보좌진들은 그들대로 '국감 아이템'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 그려졌다.

국회 보좌진들은 14일 첫방송된 드라마 '보좌관'을 화제에 올렸다. 정치권을 묘사한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다룬 드라마는 처음이었기에 방영전부터 보좌진들의 관심이 쏠렸던 드라마다. 

그러나 첫 방송을 본 실제 보좌관들의 반응은 차갑다. "다른 정치 드라마보다 현실적인 묘사들이 보인다"는 긍정적 목소리도 있지만 "너무 과장이 심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다. 세부 배경 묘사는 실제 의원회관과 국회를 가져다 놓은 것 같지만 굵직한 줄거리에서 묘사된 보좌관의 삶이 실제와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1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지난 주말 사이 드라마를 시청한 여야 보좌진들에게 관전평을 들었다. 

◇"국회의원에게 대드는 보좌관? 말도 안돼"

대다수 국회 보좌진들이 가장 괴리감이 컸다고 한 부분은 대한당 원내대표 송희섭 의원(배우 김갑수)의 수석보좌관인 장태준(배우 이정재)이 송희섭의 라이벌 조갑영 대한당 의원(배우 김홍파)과 싸우는 장면이었다. 

조갑영이 송희섭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자 장태준이 역으로 조갑영의 후원금 의혹을 제기하며 당 대표 출마 포기를 유도하는 내용이 1화의 중심 줄거리였다.

장태준이 직접 조갑영을 찾아가 협박하고 조갑영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 묘사된 데에 보좌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의 오상택 비서관은 "그런 일이 있다면 이 바닥을 그만 둘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도 소문 때문에 다른 방 보좌관의 뺨을 때리거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소속 의원실의 A 보좌관도 "당 대표 출마 포기를 라이벌 의원의 보좌관이 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모든 일을 의원의 지시 확인 없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이 결심해서 상대 의원의 부정에 대한 자료를 모아오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보좌관이 일을 꾸미고 직접 국회의원을 상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후원자 신상정보, 국회의원도 몰라"

장태준이 조갑영을 무너트리기 위해 조갑영의 후원금 내역서를 확보해 후원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장면도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좌진들은 입을 모았다. 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선거관리위원회 후원금 내역서를 받아보면 이름과 연락처가 다 빠져서 제공되고 고액 후원이 아니면 실명 거론도 안 된다"며 "팩트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도 "후원금 내역서도 사실 선관위가 바로 주지도 않고 주네마네 옥신각신 해야 간신히 받는 것"이라며 "개인 후원금 명단에서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받느냐"고 말했다.

◇"초선 비례도 '헌법기관'…의원간 무시? 있을 수 없는 일"

초선 비례대표 의원인 강선영(배우 신민아)이 국감장에서 상임위원장인 조갑영에게 발언을 무시당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보좌관들은 "현실에서 그러면 난리 난다"고 지적했다. 

극중 강선영은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갑영과 관련된 기업의 하청업체 파견 노동자에 대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질의했다. 발끈한 조갑영이 강선영에게 "그런 질문 하지 말라"며 발언을 끊었다. 

조갑영은 강신영에게 "이래서 비례대표 여자들은 안된다고 욕을 먹는거야. 질의서 내용이나 더 쌔끈하게 할 생각 해. 본인이 일 못하는데 무슨 탓을 해"라는 대사도 한다.

손혜원 의원실 김성회 보좌관은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으로서의 권위를 갖고 질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원 질의 시간에 상임위원장이라도 시비를 걸 수 없다"며 "동료 의원이 (만약 드라마처럼) 그렇게 하면 큰 싸움이 난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그 이후 상임위원장이 초선 비례 여성 의원에게 한 코멘트도, 현실에서 그런 말이 오가면 난리가 난다"며 "현실 국회에서는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여성 의원도 없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 뒤 그늘에 선 보좌관, 국감 준비 중 코피…현실적"

그럼에도 일부 장면 묘사는 현실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1화 도입부에 이정재가 송희섭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화이트보드에 표 예측을 하고 선거 전략을 짜는 장면이 실제 같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장태준(이정재)의 친구이자 강선영(신민아) 의원실 수석보좌관인 고석만(배우 임원희)이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의원실로 되돌아 왔다는 설정도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보좌진들 중에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시 의원·구 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경우들이 많다. 

고된 국감 준비 과정도 비교적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한국당 의원실 소속 한 6급 비서는 "극중 6급 비서 윤혜원(배우 이엘리야)이 국감 준비하다 코피를 쏟았다"며 "실제로 국감 준비 중에 너무 힘들어 코피를 쏟은 적이 있어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여당 초선 의원실 소속 30대 보좌진도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원래 국회의원보다 한 발짝 뒤에 서는 것"이라며 "연설문을 실컷 작성한 보좌관이 의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컴컴한 무대 뒤에서 의원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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