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예산보니…"교실에 환기설비 안하고, 값싼 공기청정기만"

[the300]국회 예정처 "효과 좋은 '기계환기설비' 설치 23%뿐…활성화 유도해야"

박종진 기자 l 2019.08.13 16:18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바라 본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너머 도심이 미세먼지 때문에 뿌옇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 초미세먼지수준은 나쁨을 기록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공기정화 효과가 높은 '기계환기설비'를 우선 설치하도록 유도하지 못해 값싼 공기청정기만 대거 설치되는 결과가 빚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13일 '2018회계연도 결산 분석 종합' 보고서에서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사용기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기계환기설비 설치 활성화를 유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3월 마련한 해당 기준에 따르면 기계환기설비를 우선 설치하고 부득이한 경우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기계환기설비는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외부의 공기를 필터로 걸러 실내로 유입하는 방식이다. 공사기간이 필요하고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지만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이 가능하고 미세먼지 외에 폼알데하이드 등 다른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있다. 반면 공기청정기는 장시간 가동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기타 오염물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예정처는 "많은 시·도교육청이 설치, 관리·운영상의 어려움으로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하기 보다는 단가가 낮은 공기청정기를 임대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2019년 2월 현재 공기정화장치 설치교실 중 기계환기설비 설치 비중은 23%에 불과하고, 74.8%가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면서 2018년도에는 도로 인접 학교 등 2700여 학교의 3만9000여 교실에 우선 설치하기 위해 지방비 22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18년 시·도교육청의 공기정화장치 설치 집행 결과를 보면, 1111억원의 예산으로 1만3785개 학교, 11만5213개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했다. 기계환기설비 대신 값싼 공기청정기 위주로 설치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수의 공기정화장치를 적은 예산으로 들여놓은 셈이다.

예정처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기계환기설비의 설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기계환기설비도 필터 성능이 낮으면 미세먼지 실내 유입 가능성이 있으므로 필터 관리 등의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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