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처 "'중구난방' 위안부 연구소 예산…고용·산업위기 지원에 예비비 편성, 위법소지"

[the300](종합)국회 예정처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집주인 임대주택사업 재설계해야" 지적도

백지수 기자, 김하늬 기자, 이원광 기자, 한지연 기자 l 2019.08.13 17:00
지난해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일본군성노예제 사죄배상과 매국적한일합의 폐기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과 진보학생연대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매국적 12.28한일합의 폐기,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독자적으로 심층 조사·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의 예산 집행률이 21.8%에 불과한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중장기적 계획 없이 당초 사용 목적과 다른 곳에 예산이 집행됐다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이날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가 발간한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가족부 예산 중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로 교부된 9억3000만원은 2억300만원만 집행되고 7억2700만원이 다음 연도로 이월됐다.

예정처는 위안부 연구소가 중장기 계획 없이 예산을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의 중장기 계획은 2018년도 사업 수행 기간이 종료된 지난 3월에야 국회에 제출됐다.

위안부 연구소 예산은 다른 비목에 전용되기도 했다. 여가부가 매년 8월14일 진행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 비용이 예정된 1억원보다 초과 지출되자 연구소 예산 중 2673만원이 기림의 날 홍보물 제작과 배포에 쓰였다. 그나마도 과도하게 집행됐다고 예정처는 지적했다. 연구소가 이를 기림의 날 계기 기념엽서 4종 2000부를 제작하는 데 집행했는데 당일 행사 참가자 등에게 약 700부를 배포한 후 1300부가량 남았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이를 14일 열리는 올해 기림의 날 행사에서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고용·산업 위기지역 지원과 자동차·조선 위기업종 지원을 목적으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예비비를 끌어다 쓴 것이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추경예산과 예비비를 통해 산업·고용위기지역과 조선·자동차 산업 등 위기업종 지원 사업 23개를 신설했다. 관련 예산은 8447억원으로 전년(5509억)대비 2938억원 늘었다. 이중 전체 집행액은 8133억원이다. 212억4700만원은 불용, 101억2000만원은 이월됐다.

예정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수정된 예산총칙의 예비비 지원 기준으로 위기지역·업종 지원 19개 사업 예산 1270억원을 예비비로 신규·증액 편성해 집행했다. 추경예산과 예비비로 증액된 예산은 총 2938억원이었다.

예정처는 "산업부의 7개 R&D 사업은 2019년에 집행할 예산을 2018년도 추경과 예비비로 편성해 '국가재정법' 제3조의 회계연도독립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예산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3000억원 이상 투입한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의 효과가 미흡해 계획 재수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집주인 임대주택 사업은 소규모 주택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기존 주택을 활용하거나 주택을 신규 건설해 매입비를 저리에 융자하거나, 기존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저리의 기금융자로 대체해주는 사업이다. △건설개량형 △매입형 △융자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돼 있다. 예정처는 실제 융자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목표 물량을 상향 조정해 과다한 불용액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한편 예정처는 지난해 총수입이 46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34조7000억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예산 447조7000억원보다 17조6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이 중 국세 수입이 293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보다 10.6%(28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총수입의 63.1% 규모다.

해외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의 영업실적이 개선되며 법인세 증가에 따른 국세 수입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법인세는 7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11조8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에선 명목 임금이 늘어난 근로자들이 나라 곳간을 책임졌다. 소득세는 84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5%(9조4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세도 70조원으로 4.4%(2조9000억원) 늘었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효과로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의 증가폭도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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