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다양한데"…국회의원 16%가 법조인

[the300][런치리포트]검찰공화국 만드는 국회…10명 중 1~2명은 법조인 출신 '법조 국회', "민의의 전당 해쳐" 비판도

백지수 기자 l 2019.09.05 18:00


0.06% 대 16.4%.

약 5000만명의 우리 국민 중 법조인의 비율과 ‘민의의 전당’ 국회(20대 국회 기준)에서 법조인의 비율을 비교하면 이렇다.

시민이 만들어준 국회가 사법권력에 쉽게 기대는 데엔 국회 자체가 ‘법조 국회’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의 다양성에 비해 사법시험을 통과한 엘리트 법조인들 비중이 높은 국회다. 민의를 대변해 입법해야 하는 국회가 사법 절차에 익숙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에 의해 사법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사법시험이나 군법무관 시험을 거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5일 현재 298명중 49명이다. 판사 출신이 9명(△더불어민주당 3명 △자유한국당 5명 △무소속 1명), 검사 출신이 18명(△민주당 3명 △한국당 10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평화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변호사 출신은 22명(△민주당 13명 △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4명 △무소속 2명) 등이다.

역대 국회에 비하면 법조인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19대 국회의 법조인 비율은 14.3%로 20대 국회(16.4%)에 비해서는 낮았다. 18대 국회 때만 해도 10명 중 2명꼴(19.7%)로 법조 경험이 있었다. 17대와 16대에도 각각 18%, 15%였다. 매 국회 회기마다 10명 중 1~2명 정도는 법조인이 자리를 차지했다는 뜻이다.

이들은 주로 입법부에서 사법부를 직접 견제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 18명 중에는 이날 현재 판사 출신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10명이 법조인 출신이 속해 있다. 여당과 제1야당 간사인 송기헌(민주당)·김도읍(한국당) 의원은 각각 검찰 선후배 사이다.

현역 법사위원이 아니더라도 19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민주당 의원처럼 앞서 법사위를 거쳐간 의원들도 적잖다. 20대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도 구성돼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8월 말로 임기가 끝난 유기준 사개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박범계·안호영·이상민·이종걸(이상 민주당)·곽상도·정종섭(이상 한국당)·권은희(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8월 말까지 사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각 당에서 법률위원장·법률지원단장 등의 당직을 맡아 당에 기여하기도 한다. 패스트트랙 충돌을 비롯해 드루킹 사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과 관련 각 당에서 진행한 고소·고발전에 이들이 개입해 있다. 법사위 간사인 송 의원의 경우 현재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검사 출신 최교일 의원은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이다.


사실상 법조인들이 국회의 입법 기능보다는 사법부의 기능과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오히려 입법 기능인 법사위에서의 체계·자구 심사 활동 과정에서는 입법에 도움을 주기보다 “상원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법조 국회’ 폐해만 낳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법조 국회의 장점은 없다”며 “국회가 고소·고발전에만 집중하는 것은 정치력이 부족하고 무책임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사법의 논리는 가해자, 피해자, 이해당사자 사이의 문제로 영역이 그리 넓지 않다”며 “하지만 정치를 통한 입법은 창조적으로 시민들 사이에 어떤 내용을 법안으로 만들지 넣을지를 토론하는 것이라 법에 대한 전문성보다 정치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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