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남긴 것]오래된 '공정'으로부터의 도피

[the300]①공정…거대 담론보다 내 삶을 중심으로 한 '공정'

김하늬 기자 l 2019.09.10 18:00


공정은 문재인 정부의 성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논란은 우리사회에 단순히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정언명제에서 한 발 나아간 질문을 던진다. 

조 장관의 논란은 먼저 검찰개혁 등 사회적 공정성을 위해 자녀 입시의혹 등의 개인적 공정성 논란을 간과할 수 있는가를 되묻는다.

'조국 논란' 과정에서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대학 입학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20대 학생들은 본 것이다. 이들에게 정치권의 정쟁이나 정권의 안정성, 검찰 개혁 등은 거대담론이다.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순서의 '미시적 공정'에 가장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임명을 재가하면서 "대선때 권력기관 개혁을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며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마무리를 조국 장관에게 맡기고자 한다소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린다"고 덧붙였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아직 냉냉하다. 대통령 담화에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변명만 늘어놨다는 비판도 적잖다. 이들은 대통령의 거시적인 '공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미시적인 자신들의'공정'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질문은 '어떻게 공정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조 장관 검증과정에서 불거진 많은 의혹들은 대부분 합법과 불법의 경계, 관례와 친분 사이,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제도 차이. 그 애매한 공간 속에서 오해와 불신을 키웠다.

조 장관이 스스로 인정한 '강남좌파' 이자 '금수저'로서 생기는 특권을 어떻게 다뤘는지를 톺아보면서 사모펀드와 재단, 자녀 교육 문제 등이 '합법적일지라도 공정하지 않을 수 있지 않는가'라는 반문이 쏟아졌다.

경북대 총학생회가 성명서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교육의 문제를 논하고싶다. ‘그들의 카르텔’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드러내고 고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세대간, 계층간, 진영간 다른 '공정' 개념의 교집합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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