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대표 '워싱턴 회동'…"대화동력 살려야" 공감

[the300] 북미협상 결렬 후 3일만에 3자·양자 협의...협상결과 공유, 협력·공조 확인 후속대응 논의

오상헌 기자 l 2019.10.09 11:29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8.21. photo@newsis.com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8일(현지시간) 만나 북미 실무협상 결렬에 따른 후속 대응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3국 수석대표는 협상 결렬에도 대화 동력을 살려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긴밀히 대북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7일부터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등 최근 북한 관련 동향 과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 본부장은 아울러 비건 대표,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일·한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3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는 이 본부장이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도 면담을 갖고 북핵·북한 문제와 한미동맹 등 양국간 관심사안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한미일 3국 북핵 협상 수석대표가 3자·양자 연쇄 회동을 갖고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상호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한미, 미일, 그리고 한미일 간의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북 공조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3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들이 다시 만난 건 지난달 24일 뉴욕 유엔총회 계기의 회동 후 2주 만이다.

북한의 북미 실무협상 결렬 선언 후 사흘 만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발빠른 대응에 나선 데에는 굳건한 공조·협력을 바탕으로 대화 모멘텀을 살려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일 갈등의 와중에 한일 북핵 수석대표가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한일 안보 공조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를 불식하고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북한은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둔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해 무력시위 수위를 끌어올렸다.

협상 결렬 후엔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끔찍한 사변'을 언급하기도 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그간 사용해 온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대신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란 표현을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실무협상 결렬 후 미국식 어법을 차용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등 'FFVD'에 갖고 있는 거부감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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