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재구성]추방당한 北주민 2명은 왜 16명을 살해했나

[the300]통일부·국방부·국정원이 밝힌 그날의 사건 내용 종합

최태범 기자 l 2019.11.07 18:39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메세지를 보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을 오늘 15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다. 2019.1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8월 14일 함경북도 김책항에서 선원 19명을 태운 오징어잡이 배가 출항했다. 17톤 무게, 약 15m 길이의 목선이었다. 어선은 러시아와 북한 해역, 동해 중부 대화퇴 해역 등에서 어로활동을 하며 오징어를 어획했다.

7일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날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선장을 포함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사건은 배가 출항한지 두 달이 지난 10월 말경 어두운 밤 해상에서 발생했다. 범죄에는 3명의 선원이 가담했다. 선장의 지속된 가혹행위가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가혹행위의 유형은 공개되지 않았다.

불만이 쌓인 20대 선원 A와 B는 가담 의사를 밝힌 C와 함께 선장을 죽이기로 공모했다. 사건은 A가 주도했다. 이들은 도끼 1개와 망치 2개를 준비해 각각 나눠가졌다.

A는 선수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선원 한 명을 망치로 살해한 뒤 복귀했다. B와 C도 ‘이왕 벌어진 일이니 할 수 없다. A를 따르자’며 선미에 있던 다른 선원 한 명을 살해한 뒤 바다에 유기했다. 이들은 선장을 찾아 조타실로 향한 휘 누워서 쉬고 있던 선장도 살해한 후 해상에 유기했다. 

◇반격 당할 것 두려워…다른 선원들도 살해

선원 3명은 범죄 행위가 발각되면 위해를 당할 것으로 생각해 나머지 선원들도 모두 살해했다. 취침 중이던 선원들을 ‘근무 교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2명씩 40분 간격으로 불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6명에 대한 살인·유기를 해뜨기 전에 모두 끝낸 후 범행 도구는 모두 바다에 버렸다.

범죄를 저지른 3명은 김책항으로 돌아가 어획한 오징어를 처분, 자금을 마련한 뒤 압록강 중류에 있는 조용한 지역인 자강도에 가서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특히 ‘죽을 때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다짐했다고 관계당국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어획물을 팔기 위해 먼저 하선해 돌아다니던 C가 북한 당국의 단속에 붙잡히면서 차질이 생겼다. 나머지 2명은 붙잡힐 것이 두려워 다시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도주했고 북한 당국 선박의 추격이 따라 붙었다.

우리 군에는 지난달 31일 포착됐다. 오전 10시 13분경 초계 임무 중인 P-3 해상초계기가 제진 동방 200여km, 북방한계선(NLL) 남쪽 10여km 지점에서 북한의 목선을 포착, 호위함을 이용해 NLL 이북으로 퇴거조치 한 뒤 지속적으로 추적 감시했다.

목선은 지난 1일 오전 3시 38분 NLL을 다시 월선했고 군은 재차 퇴거조치를 했다. 하지만 목선은 서남쪽 방향으로 지속 항해했다. 군의 경고사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주를 계속하자 군은 2일 오전 10시 16분 목선을 나포했다.

◇붙잡힌 뒤 귀순의사 밝혔지만…정부 “국민안전에 위협” 판단

우리 군은 나포한 목선을 삼척항으로 예인한 뒤 신병을 중앙합동조사본부로 인계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군은 이들의 범죄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 측에 붙잡힌 뒤 남한으로의 귀순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측 단속정의 추적과 해상에서의 도주행각 등 여러 정황상 정상적인 귀순의사를 보인 것은 아닌 것으로 합동조사본부는 판단했다.

통일부는 지난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해당 선원들에 대한 송환 의사를 전달했다. 북한은 다음날인 6일 인수 의사를 밝혔고 정부는 7일 오후 3시 12분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추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례가 없는 예외적인 상황이다. 반인륜적 흉악범죄자를 판문점에서 추방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보다는 범죄 후의 도피로 보는 것이 맞다. 우리 국민의 생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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