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식해서"…나경원 원내대표의 '팀킬'

[the300]

김하늬 기자 l 2019.12.02 04:30
"무식해서 그랬어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한 마디'가 정치의 문을 닫았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 합의 후 상정된 안건 199개에 모두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나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직접 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표정은 황당함에 굳어졌다고 한다. 당시 민생법안 중에선 여야간 이견이 없는 청년기본법과 소상공인기본법, '극일자강'을 위한 소재부품장비특별법,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될 벤처투자촉진법 등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렸다. 한국당이 거부감을 나타내 온 '유치원 3법'은 필리버스터 가능성이 일찍부터 거론돼 안건번호 197, 198, 199로 미뤄둔 상태였다.

"본의아니게 팀킬당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애타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본회의 통과를 손꼽아 기다리던 195개 중 26개는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었다.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및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법(김태흠),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양수), 광산피해 방지 및 복구 개정법(김기선), 폐광지역 특별법(이철규) 등 한국당 의원들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애지중지 통과시킨 법들이다. 포항 지역구 김정재 의원이 상임위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사보임하면서까지 관철시킨 '포항지진특별법'도 필리버스터의 대상이 됐다. 이밖에 76개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법안소위 협상으로 의결한 '대안법'이었다. 주로 규제 개혁이나 중소상공인 지원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개정안들이다. 

"뚱딴지 대답=대화않겠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팀킬'을 넘어 협상의 여지도 없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화의 문을 닫았다"고 해석했다. 정치적 대립을 넘어 감정 싸움이 되는 순간이다. 본회의 불발의 불똥이 내년 예산안 처리 문제까지 튄다면 야당엔 결국 '빈손'만 남는다. '무능한 국회'의 책임은 어디로 돌아갈까. '협상의 원칙'을 깬 쪽에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기국회 회기 종료까지 이제 열흘, 제1야당이 유념해야 할 문제다.  
기자수첩.김하늬기자 /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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