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실수'에 담긴 '오만'과 '교만'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서진욱 기자 l 2020.02.15 06:25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뉴스1.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 원인을 찾아 고치고 다음 번 실수 가능성을 낮추는 일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초이자 마지막 과제다. 실수를 외면한 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실수는 ‘잘못’이 된다. 

실수했을 때 가장 중요한 자세는 ‘인정’이다. 스스로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주변의 비판은 ’충고’나 ‘조언’이 아닌 ‘힐난’으로만 들린다. 

더불어민주당이 실수했다.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언론사를 검찰 고발했다가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김부겸 의원, 홍의락 의원, 정성호 의원 등이 고발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의 대응은 ‘나름’ 빨랐다. 관련 보도가 나온 지 하루도 되기 전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 정확히 19시간 만이다. 진보 학자들 사이에서 “나도 고발하라”는 질책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등 상당한 파급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자책골을 넣은 건 뼈아팠지만 대응책은 적절했다. 검토 단계를 거치며 시간을 보내며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또 다른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치에 따른 반응은 차갑다. 빠진 게 있어서다. 바로 ‘진정성’이다. 민주당은 사과의 가장 중요한 요건을 놓쳤다. 핑계, 변명 등 사족을 달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고발 취하를 공지하면서 임 교수에 대한 쓸데없는 사족을 달아 후폭풍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임 교수 고발 이유에 대해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 출신으로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첫 공지에선 “안철수의 씽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라고 했다가 12분 만에 정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당을 합쳤다가 갈라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혐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군다나 이날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가운데 그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당의 ‘입’이라는 대변인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조치와 입장 표명은 공보국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로 끝났다. 이번 사태에서 민주당이 복기할 내용은 ‘검찰 고발’ 행태뿐 아니다. 의사 결정 과정, 사태 수습 과정 등 곳곳에 묻어 있는 오만과 교만이 더 심각한 문제다. 안타깝게도 오만, 교만을 깨닫지 못하면 실수가 아닌,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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