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폐지' 외치는 합리주의자…법사위 '수문장' 홍일표

[the300][대한민국 국회의원 사용설명서]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하세린 기자 l 2015.04.17 05:58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첫 대변인으로 발탁됐던 홍일표 의원은 한달 남짓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두개의 인혁당 판결' 발언에 대한 사과 논평이 문제가 됐다. 당시 홍 의원은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브리핑 했다. 
 
그러나 이후 박 후보가 이 브리핑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히면서 홍 의원은 '당론'이 아닌 브리핑을 했다는 이유로 물러나야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시 "'혼선'도 없지 않았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홍 의원의 성품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한다.
 
홍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합리주의자로 불린다. 판사로 14년간 재직한 그는  '법과 원칙'을 늘상 강조한다. 국회 법안 통과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여당 간사로서 지난해 11월 세월호 특별법, 지난 3월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등 시대의 획을 긋는 굵직한 법들의 협상을 주도했다. 그는 이때도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아무리 급해도 여론에 떠밀려 법을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이라는 금액 기준에 따라 그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것에 대해 특히 문제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날인 지난 3월2일 밤, 여야 원내대표와 수석, 정책위의장, 법사위 간사가 모여 김영란법을 최종 조율할 당시에도 최종 타결 기념사진도 찍지 않고 회의실을 나왔다. "사진 찍을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일찍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여야가 늦은 밤 '극적 합의'를 한 뒤 찍은 사진엔 홍 의원이 빠져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4일 머니투데이 더300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그는 → "아닌 건 아닌 거" MR. 쓴소리]

원내지도부의 합의에 따라 '위헌 요소'가 있는 법도 통과시켜줘야 하는 정치 현실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은 현안에 대한 쓴소리로도 이어졌다. 같은 당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2013년 '한국 정당과 정치 발전의 새로운 모색' 토론회를 열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꽉막힌 여야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야당은 대선불복은 아니라면서도 사생결단식 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당은 검찰이 기소한 것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국정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라며 "야당 지도부는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고,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시중의 따가운 시선을 부디 의식해주길 바란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2010년엔 야당 의원을 위한 변을 해주기도 했다. 2010년 민주당이 당론을 따르지 않은 추미애 의원을 당 윤리위 및 국회 윤리위에 각각 제소한 것과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것. 홍 의원은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징계하려 드는 것은 국회를 특정 정당의 부속기관으로 만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국회의원은 당의 노예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당론의 무게를 줄여 나가거나 아예 당론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모든 사안에 대하여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 파행도 없고,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을 일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면이? → 국회 도서관 이용률 2년 연속 1위]

홍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도서관이 선정한 '국회 전자도서관 이용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년 연속 1등이다.
이는 국회전자도서관에 가장 많이 접속한 의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 PC·모바일 등을 통해 자료를 활용한 의원을 선정해 각 부문별로 2명씩 시상하고 있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나란히 최우수상을 받았다.

홍 의원은 "항상 연구하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도서관에 찾아갈 수 없을 때에도 컴퓨터와 모바일로 국회도서관을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며 "주로 법안심사 등을 위한 정확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 도서관이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논문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율사 출신의 점잖은 이미지와 달리 중학교 시절엔 응원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림을 즐겨 그렸고 취미는 서예다. 정치인이 된 이후 두권의 책을 발간했다. 흔한 자서전 대신 국회 회의록을 통해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국회 속의 인문학'과 그동안 기고했던 칼럼을 엮은 '여의도 프리즘'이다.

[키워드 → 법사위]

법사위는 법안이 본회의로 올라기 전 마지막 관문이다. 실질적으로 법안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는 소위에서 소위원장을 맡고, 법안 통과에 막중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가 여야 간사 자리다.

홍 의원은 이번 4월 임시국회를 마지막으로 간사 자리를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에게 물려준다. 지난 1년간 세월호 특별법, 김영란법 등 큰 법안을 처리했다. 법사위 간사직을 끝내는 소회에 대해 홍 의원은 "법사위 간사로서 과연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점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법사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이 지난달 3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논의하고 있다. 2015.3.3/사진=뉴스1


가장 아쉬운 법으로는 김영란법을 꼽았다. "2월 처리를 꼭 지켜야 한다고 (양당 원내대표가) 서로 구속되다 보니까 문제가 많고 더 다듬을 여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이유로 통과시켰는데, 그런 것은 정말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 때 다시 공감대가 있으면 (법) 시행 전이라도 고치는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연관 검색어 → '세월호']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으로는 세월호 특별법을 꼽았다. 홍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 국회에서 구성된 '세월호 특별법 TF(태스크포스)' 간사로 활동했다. 이때 여야 협상에서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의 큰틀이 결정됐다.

당시 TF 협상을 여러번 난항을 겪었다. 홍 의원은 "야당 측은 기존의 법 체계를 뛰어넘어서 그야말로 새로운 특별법을 만들자고 했고, 우리는 기존의 법체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점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최대한 유가족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1년 동안 엄청난 갈등을 겪었고 이것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법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유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뜻으로 (법이) 집행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시행령도 국회가 (세월호 진상조사위 사무처 직원을) 120명까지 할 수 있다고 (법을) 만들어 놨으면 유가족들이 원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존중해주고 조직도 진상규명을 하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하면 그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한장의 사진]

1995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단독 판사 시절. 그는 판사로 재직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여러가지 전향적인 판결을 했다. 1998년엔 미란다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인신구속에 무죄를 선고, 인천 지역 수사절차에서 이 원칙이 정착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87년 대구지법 근무 땐 거리에서 민주화시위를 하다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즉결심판에 회부돼온 학생 전원에게 무죄판결을 내려 석방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에서다. /사진=홍일표 의원실


[그의 사람들 → 유승민(?), 남경필, 안상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는 지난해 1월 사회적경제특위가 출범하면서부터 함께 활동했다. 지난 2월 유승민 원내대표 당선 시 홍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유 대표의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 홍 의원은 "그런 점에서 아주 친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 쇄신·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를 만든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홍 의원은 남 지사가 의원 시절 경실모를 만든 것에서부터 '스마트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2012년 대변인 시절 대표비서실장이었던 황영철 의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과도 절친하다. 

오는 4·29 재보선 선거가 열리는 인천 강화을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오는 안상수 후보도 빼놓을 수 없다. 안 시장은 인천시장이던 2007년 인천남구갑 원외위원장이던 홍 의원을 정무부지사로 발탁해 그를 정계로 이끈 인물. 홍 의원은 1년 뒤 새누리당 후보로 다시 나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안 시장은 충남 태안, 홍 의원은 충남 홍성이 고향이다. 현재 홍 의원은 선대위원장이자 인천 시당위원장으로서 안 후보의 현장일정을 돕고 있다.  

[대표법안 → 'CSR 법안']

새누리당 사회경제적특위와 경실모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던 홍 의원의 대표법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련 법안들이다. 중소기업의 CSR 활동을 지원하고, 공공조달시장에서 CSR 활동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거나, 기업의 CSR 활동을 투명하게 고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등이 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2월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 4월 국회에서 심사될지 주목된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 갈등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CSR 정신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CSR 활동은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이끌고, 단체와 조직에서의 CSR 활동은 조직 구성원 간의 갈등을 줄여 함께 사는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요 주의!]

원리원칙주의자의 느낌이 강하다. 새누리당의 '쓴소리 남'으로 불리지만 14년간 판사를 한 경력 때문일까, 타협의 여지가 적다는 평가도 있다. 율사 출신이 많은 법사위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크다는 것.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난 '큰 정치'를 펼칠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로필]
△충남 홍성(59) △홍성고 △건국대 법학 △건국대 대학원 법학 석사 △사시 23회 △대구지법 판사(1985~1990) △인천지법 판사(1990~1994)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1994~1995) △서울고등법원 판사(1996~1997) △대법원 재판연구관(1997~1998) △인천지법 판사(1998~1999) △변호사 개업(1999) △인천시 정무부시장(2007) △18·19대 국회의원 △ 국회 사법개혁특위 여당 간사 △국회 CSR 포럼 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국회 세월호특별법 협상TF 여당 간사 △국회 특별감찰관 선정TF 여당 간사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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