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하나, 머리는 셋' 새누리 출구없는 내홍

[the300]이정현 대표, 비주류 강력 비난 - 비주류, 대표자회의 구성(종합)

김성휘 기자,고석용 기자 l 2016.11.15 15:58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대표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6.11.15/뉴스1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15/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5일 오전 대구 동구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2016.11.15/뉴스1


새누리당이 계파별로 서로 다른 지도부를 세우는 사실상 분당 상태에 돌입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비주류는 이정현 대표 즉각 퇴진을 최우선과제로 여기고 이 대표는 이에 맞섰다. 그러는 사이 집권여당의 응집력이나 국정동력은 안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15일 현재 새누리당은 몸은 하나인데 머리는 셋이다. 이정현 대표의 최고위원회, 정진석 원내대표의 원내지도부,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가 공존하고 있다. 이날도 제각각 행보가 계속됐다. 비상시국위원회는 자체 대표자회의를 12명으로 구성했다.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김재경 강석호 의원 등이다. 대선주자, 시도지사,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과 기존 당 지도부급이다. 이들 가운데 위원장이나 의장은 별도로 뽑지 않기로 했다.

비상시국위는 1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대표자회의와 실무회의 연석회의를 열고 비주류의 독자 지도부를 공식 출범한다. 연석회의에선 내년 1월21일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를 뽑자는 이정현 대표 제안에 대한 입장과 국정 수습방안, 새로운 보수정당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정현 당대표는 위기의 연속이다. 이날 오전 3선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려 했지만 안상수 의원 1명만 참석, 간담회는 저절로 무산됐다.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들과 만나 얼굴을 붉힌 이 대표는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주류를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비상시국대표자회의에 포함된 전현직 시도지사들에 대해 "지지율 (다 합쳐서) 10%가 넘기 전에는 어디 가서 대권 주자라는 말 팔고다니지 말라"며 "자기들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독설을 날렸다. 코너에 몰리는 처지가 답답했기 때문일까. 이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한 취재진의 불편한 질문에는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비상시국위원회 준비 모임을 갖고 있다. 2016.11.15/뉴스1

이처럼 이 대표 지도부가 당 장악력을 잃고 비주류가 독자행동을 가속화한 사이 그나마 가동중인 것이 원내지도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대화, 타협하는 품격있는 정치로 국민에게 화답하자"고 야당에 요구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전기요금 당정TF-전기요금 개혁본부 연석회의'를 갖고 누진제 개편 등 전기요금 체계를 논의했다. 전날 원내지도부는 야당과 '최순실 특검법'에 합의하고 국회 의사일정을 조율했다. 그래도 당이 안정을 찾지 못한 불안 상태에서 정책 추진이나 원내협상에 힘이 붙기 어렵다.

이런 교착상태에 돌파구가 안보이는 것은 박 대통령과 이 대표 거취가 한 몸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거취에 가닥이 잡힌 다음에야 이 대표가 사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거취는 안갯속이다. 청와대는 질서있는 퇴진, 탄핵, 즉각 사임 어느 쪽이든 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다. 

여기에 1차 변수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여부와 그 결과다. 대구를 찾은 김무성 전 대표는 "검찰에서 최순실을 기소하게 될 텐데, 기소장에 안종범 수석과 대통령 이름이 등장한다면 확실한 법적 근거가 있어서 탄핵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현재 의혹일 뿐 검찰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옹호하는 동시에, 자신도 당장 물러날 수는 없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끝내 물러나지 않으면 분당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친박계도 비박 비주류도 당을 이탈하는 데에 불안감이 커 분당까지 치달을 동력은 약하다. 이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3개 지도부가 당분간 공존할 가능성 크다.

비상시국위원회 황영철 의원은 "비상시국위원회는 이정현 지도체제가 물러나면 사실상 그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며 "새로운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그 비대위가 당 혁신과 변화를 만들어내게 되면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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