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탈원전'선언 "신규 원전계획 전면 백지화"(종합)

[the300]신한울·삼척·영덕 원전 건설 중단될듯…대기업 전기료 부담 커진다

우경희, 김성휘, 김민우 기자 l 2017.06.19 14:33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인근 초등학생들과 세리머니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7.6.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중심의 발전정책 폐기와 탈핵시대를 선언했다. 건설을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대기업 생산현장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부산 기장 고리원전을 찾아 이 같이 밝히고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수명을 연장한) 월성1호기도 가급적 빨리 폐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동이 중단된 고리 1호기는 1978년 가동이 시작된 국내 최초의 상용원전이다. 지난 40년간 587MW 용량의 설비를 통해 전력을 공급해 왔다. 법적 운영 시한에 따라 새벽 0시 영구정지됐다. 문 대통령은 "고리1호기 정지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에너지정책에 대한 새 합의를 모아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 발언은 사회 전반에 들이대고 있는 개혁의 칼날이 이번엔 원자력산업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은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했다. 원전산업을 세월호에 빗대 설명하며 비상한 개혁 의지를 보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통령직속기구로 승격 △원전중심 발전정책 폐기 △추진 중인 신규원전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 △원전설계수명 연장 금지 △월성1호기 가급적 빨리 폐쇄 등을 약속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설계수명 연장과 노후원전 폐지 등은 그간의 흐름과 일치한다.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가 불러올 파장이 가장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 전기요금 개편은 산업계, 특히 대기업의 생산비용과 직결된다.

설계가 진행 중인 신한울원전은 이미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설계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선된 새 정부 기조 상 정책의 방향수정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먼저 작업을 중단시켰다. 이후 증기발생기 결함 주장이 나오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신한울원전은 아예 계획 자체가 백지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부 부지선정이 완료된 영덕과 삼척 원전 백지화 가능성도 높다. 아직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부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 등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상태다. 주민 갈등조정 과정에서 진통도 대단했다. 겨우 가닥을 잡았지만 새 정부의 원전정책 재검토 방침에 따라 사실상 중단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 보인다. 대규모 원전산업이 중단될 경우 이른바 '원전마피아'라고 불리는 원전산업 내 기득권 카르텔도 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린피스와 탈핵시민연대 회원들이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된 19일 오전 0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폐쇄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1977년 6월 19일부터 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1호기는 지난 2007년 30년의 설계수명이 다해 운영기간이 만료됐으나, 당시 운영기관인 한수원이 제출한 수명연장 신청을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10년 연장 가동 운영해왔다. 2017.6.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에도 논의보다 선언이 앞섰다. 원전업계는 문 대통령 집권과 동시에 사실상 신규원전 계획을 중단시켰다. 한수원의 신한울원전 설계 중단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개혁 추진이 그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원전개혁을 추진하는 명분은 안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지난 3월 최종 집계로 1368명이 사망했다. 피해 복구에 220조원이 든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전망치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후쿠시마 당시 대피령이 내려진 반경 30km 안 인구는 17만명이었는데 우리는 경주원전에 그보다 무려 22배가 넘는 인구가 밀집돼 있다"고 말했다.

이면엔 기업들의 과도한 전기요금 특혜를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원전 가동중단과 신규건설 백지화로 부족한 전력은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기업 전기요금을 올려 사용량을 억제해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해상풍력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친환경 에너지 세제도 정비한다. 아울러 화력발전도 줄인다

문제는 전력소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전력수급계획 면에서 관계자들과 조금 더 따져본 후 선언을 했어도 될텐데 아쉽다"며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며 이 인공지능 활용 면에서 선진국들도 엄청난 전력수요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원전을 줄인다면 이를 대비한 획기적인 전력 수급 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탈원전 산업과 함께 신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폐로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동남권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말한 그 부분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수준의 원전 폐쇄 기술을 목표로 빅데이터, 원전기술, AI, 로봇, 소재산업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폐로산업 개발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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