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포비아?…법안 피하는 비겁한 국회

[the300][이주의 법안]③의료용 대마 합법화법 '통과시켜주세요!!!' 3.7점

김태은 기자 l 2018.01.12 05:48



지난 2015년 1월 정부가 의료용 대마 취급 근거를 마련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1년 가까이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그해 11월에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테이블에 올랐다. 결과는 보류. 이후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재논의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정부가 발의된 법안이 이처럼 국회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행정 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안 발의에 직접 나서기 때문이다.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정치적 이슈가 크게 없으면 법안 통과를 돕는 편이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법은 정부가 그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국회가 제동을 건 사례다. 국회는 왜 의료용 대마 합법화법을 막았을까.

그해 11월 17일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살펴보면 이 법안에 이의를 제기한 복지위원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정림 당시 새누리당 의원 두 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딱히 반대하는 것 같진 않다. 대신 왜 이 법안이 지금 필요하냐며 "잘 모르겠다"고 연신 딴청을 피우는 모습이 포착된다.

남인순 의원의 발언이다.

"특별하게 국내 의학계에서 무슨 요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세계적 흐름 때문에 한다고 하니까……. 식약처에서 굳이 이렇게 하려고 하는지 잘 공감이 안된다."
"각 나라마다 정책적인 요구나 시기, 동기가 다를 수가 있다. 만약에 의약품을 어디에서 개발한다거나, 식약처가 이것을 정리를 안해 줘서 못 한다, 이러면 당연히 검토해야 되는 상황인데 그런 것도 아니고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지를 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전증과 다발성 경화증 등에 효능을 보이는 대마 성분을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대마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할 필요성에 대해 몇번씩 반복해 설명해야 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사티벡스' 등의 대마 성분 치료제가 속속 쓰이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할 때 충분히 수용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의사 출신인 문정림 의원이 알쏭달쏭한 반응을 보인다.

"(대마 성분이 효능을 보이는)다발성 경화증에는 사실 특효약이 있다고 할 만한 것들이 사실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라도 의약품 범위 내에서 해 줘서……. 그렇다고 무조건 도입이 되는 것은 아니잖느냐."

마냥 "잘 모르겠다"로 일관하는 두 의원의 꼬투리잡기에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결국 추가 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또다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안 개정안이 처리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마약퇴치운동본부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법안 발의자는 문정림 의원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법안심사에 참여한 그 어떤 의원들도 딴지를 거는 일이 없이 무사통과됐다.

의료용 대마가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법을 어겨 처벌을 받더라도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보다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사와 국내 의료계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듯한 모습이 지적되기도 한다. 국회가 일반 국민들보다는 업계나 이해당사자들과 더 가깝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또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보다 대마를 비롯한 마약에 부정적인 일반 국민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혹여나 마약을 옹호하는 '정신나간' 국회의원이 될까, 법안 앞에서 비겁한 국회의원이 되고 만다.

지난 2015년만 그럴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 참여한 공동발의자는 11명. 발의 요건을 가까스로 채웠다. 법안 공동발의가 논의되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단체 카톡방에서는 신창현 의원이 '대마'와 연관된 이 법안에 대해 발의 요청을 올리자 한동안 대화가 끊겼다고 한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