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과 2018, 그렇게 세상은 바뀌었다

[the300][대한민국 1987-2018]①87년생 정치부 기자가 본 '1987' 신드롬

김평화 기자 l 2018.01.13 04:30

편집자주 14일은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긴 고(故) 박종철 열사 사망 31년이 되는 날이다. 머니투데이는 '영화 1987' 신드롬을 통해 대한민국의 31년전과 오늘을 짚어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CGV용산점에서 영화 ’1987’을 관람하기 앞서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2018.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민국이 30여년 전으로 돌아갔다. 영화 '1987'이 시간을 되돌렸다. 14일은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긴 고(故) 박종철 열사 사망 31년이 되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수백만명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 그 시절이 눈앞에 펼쳐졌다. 슬픔과 아픔, 치유, 희망 등 감정이 복잡하다. 어느새 이 영화는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극중 대학 신입생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의 대사다. 실제 당시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의심했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한 세대(30년)가 지나는 동안 세상은 변했다. 군부독재가 사라졌고 문민정부 등을 거쳐 민주주의가 자리잡았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 내릴 만큼 민주주의는 성숙했다. "6월 항쟁을 완성시켜준 게 촛불 항쟁"이라고 모두 말한다. 그 사이 30년 전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386세대는 어엿한 정치 기득권이 됐다.


경제 분야의 변화는 더 확연하다.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1987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62억달러,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467달러였다. 2017년 GDP는 10배, 1인당 GNI는 8배 늘었다. 소니 등 일본 기업에 뒤쳐지기만 했던 삼성은 이제 세계 최고가 됐다. 그 그룹의 총수가 감옥에 가 있는 것만도 변화의 상징이다. 물론 정경유착이 30년간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온 것은 씁쓸하다.


30년의 변화 중 입맛을 쓰게 한 것은 노동 분야다. 노동조합은 1987년 ‘6월 항쟁’ 후 ‘7·8·9월’ 투쟁을 통해 민주화, 노동자 권익 등을 추동해 냈다. 진보의 선봉에 섰던 노조는 어느덧 최강의 기득권이 됐다.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을 풀어낼 주체로 양대 노총을 보는 이는 많지 않다.


30년간 우리는 아픔도 많이 겪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는 국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위기를 극복했지만 양극화, 비정규직 등 후유증은 깊고 길다.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등은 외면할 수 없는 2018년의 현실이다.


1987 이후 30년 변화에도 불구, 현실 속 국민들은 또 묻는다. “세상이 바뀔까”. 30년전 존재했던 기득권의 높은 벽보다 더 높고 단단한 벽이 자신들의 삶 앞에 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촛불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여의도 정치, 노동자와 괴리된 노조, 재벌 등 왜곡된 경제 생태계…. 지난 30년 변화의 옆에서 열매를 먹고 커온 이들이다. 그들이 ‘변화’하느냐에 향후 30년 국민의 삶이 달려 있다. 국민의 삶은 그들의 변화와 정확히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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