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관찰정치 : 임종석과 김경수'

[the300]

박재범 기자 l 2018.04.10 09:02

정치인을 떠올린다. 곧 과거가 될 현재는 관심 밖이다. 차세대 주자로 화제가 돌아간다. 연초까진 안희정의 자리였다. 안희정이 사라질 때만 해도 장사 걱정을 적잖게 했던 여권이다. 하지만 주력 메뉴가 사라지니 더 각광받는 메뉴가 생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둘 다 ‘재수 86학번’이자 ‘운동권’이다. 뻔한 ‘386 세대’다. 둘은 비슷한 듯 다르다. 김경수는 영남(경남 고성), 임종석은 호남(전남 장흥)이다.

임종석은 대중운동가였다.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20대 중반 이미 정치인, 지도자였다. 전면에 나서 활동했다. 그의 동료들은 “대장의 기운이 있다”고 했다. 날을 세우기보다 품는다. 그의 호탕한 웃음은 대중운동가로 타고난 자질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게 2000년, 30대 중반일 때다. 하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굴곡이 있다.

16, 17대 국회의원이 그의 의정생활 전부다. 20대 총선 때는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혹자는 그의 정치 인생에 물음표를 달았다.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내공을 의심했다. 정치권의 평가는 반대였다. “실력 등 내부적인 평은 좋았다. 오히려 대중적 평가가 낮았다”.

김경수는 조직활동가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했다. 차분하고 신뢰감을 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믿음이 가고 정이 간다”며 ‘진국’이라고 했다. 한번에 사로잡기보다 은은하다. 김경수는 큰 결단과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결심으로 한발씩 나간다.

‘운명’이라는 거창한 표현은 삼간다. 대신 ‘소명’을 받아들인다. 작은 일을 하나하나 실천해 가는 과정을 밟는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패배한다. 그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가능성에 의문을 던졌다.

둘의 입장이 바뀐다. 묘한 ‘크로스’다. '정치인' 임종석은 참모가 된다. 문재인의 일등 참모다. 문재인은 그를 믿고 맡긴다. 때론 껄끄러운 일, 때론 주목받는 일이 그의 손과 입을 거친다. 카메라 앞에 서되 도드라지지 않는다. 종종 강하게 몰아친다. 반격은 특유의 웃음을 넘지 못한다. 악역을 선하게 해낸다. 임종석의 참모 역할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는 없다.

'참모' 김경수는 정치인이 된다. 20대 총선에 당선된 그는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한다.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피하고 싶었지만 받아들이는 ‘소명’이다. 술잔을 조용히 집어 들어 마신 뒤 길을 떠나는 나그네 모습이다. 독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또 독배를 마신다고 해서 다 칭송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독배를 받아 마신 뒤 박수를 받는다.

둘은 성장한다. 정치인 임종석의 조로(早老)를 걱정했던 이들은 “좋은 파트너(문재인)를 만나 숙성된 것 같다”고 했다. 김경수의 가능성을 의심했던 이들은 격려와 칭찬의 글로 박수를 대신한다. 물론 아직 확실치 않다. 잠재력이 확인된 단계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업그레이드가 문재인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거다. 임종석과 김경수는 문재인과 떼어 사고할 수 없다. 정치권엔 “참모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나를 따르라’는 옛날 정치 문법이다. 이를 깬 게 문재인이다. 과거 정치인이 ‘카리스마 있는’을 전제로 했다면 이제는 ‘튀지 않는’이 핵심 요건이다. 과거 리더가 ‘전격’적으로 탄생했다면 미래 정치인은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우린 정치인의 한계, 약점, 성숙,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선택하면 된다. ‘관찰 예능’이 아닌 ‘관찰 정치’다. 그 첫 회가 ‘임종석·김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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