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대통령 vs 제1야당, 숨가쁜 13일의 금요일 결과는 빈손?

[the300]김기식·추경·개헌 막힌 정국에 '승부수'..靑 회담 접점은 실패

김성휘 기자,백지수 기자 l 2018.04.13 18:23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4.1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청와대에서 양자 회동을 가졌으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 등 막힌 정국을 푸는 열쇠가 될 쟁점에 뚜렷한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홍 대표가 김 원장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문 대통령은 주로 경청, 입장차를 확인했다. 경색된 정국은 일단 주말을 넘겨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명분은 남북정상회담 등 국운을 건 외교안보 현안을 의논하자는 것이었다. 먼저 제안한 쪽은 문 대통령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어제(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간담회가 끝나고 '홍준표 대표, 야당 대표에게도 설명하고 의견 나눌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며 "임종석 비서실장 통해서 홍 대표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자문단에 포함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이 간담회 때 '홍준표 대표를 만나서 설명, 설득하시는 것이 남북,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문 대통령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화 시간도 1시간20분 대화 중 대부분인 70%는 안보 현안, 국내정치는 나머지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치권 관심은 김 원장 거취 등의 정잼에 집중됐다.

청와대·여당과 야당은 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개헌안, 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등 국회의원 수사 관련 갈등을 겪었다. 김기식 원장 거취 논란까지 불붙으면서 양쪽 모두 돌파구가 절실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쟁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론분열에 국력소모가 극심할 게 뻔했다. 한국당도 해외출장 전수조사 등 여야 '맞장' 국면을 정리하고 대통령과 담판으로 대안정당의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양쪽 모두에 정치력이 필요했던 순간, 물밑 조율로 대화가 성사됐다.

양쪽이 구체적 결과물을 손에 든 건 아니다. 홍 대표가 김 원장 임명철회, 문 대통령의 개헌안 철회, 일자리 위기 관련 홍장표 경제수석 해임 등 사실상 문 대통령이 받기 쉽지않은 제안을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주로 경청했다"며 평행선을 달렸음을 암시했다.

단 여야가 마주보고 달리듯 치킨게임을 벌이는 중 여야 지도자가 마주앉은 의미는 적잖다. 최소한의 상호 이해는 이뤘을 수 있다. 홍 대표는 회담 후 "문 대통령이 즉답은 없었지만 김 원장은 집에 보내는 게 아닌가 느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대화제의와 함께 승부수를 던지는 강온 양면으로 정국을 돌파하고자 했다. 임 실장-강효상 의원이 12일 통화한 직후 청와대는 중앙선관위에 김 원장 관련 네가지 질문에 판단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피감기관 16곳만 무작위 조사했는데도 167건의 비슷한 해외출장 사례가 나왔다며 야당을 긴장시켰다.

하루 뒤인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직접 쓴 메시지를 통해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김 원장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에 대한 자신의 판단에 법적, 논리적 근거를 분명히 갖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평소 보여온 법률가 면모를 다시 드러냈다. 지지율 70% 대통령이 '솔직히 털어놓기'라는 방식으로 국민 이해를 구하고, 지지여론을 결집시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여야는 엇갈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혁이라는 것이 늘 저항에 따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민주당 경선주자인 우상호 의원도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지만 사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날을 세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탄핵의 가장 큰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자신들의 불법에는 '평균과 평등'을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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