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DJ맨, 文대통령 멘토 문희상이 꿈꾸는 국회는…

[the300]국회의장 후보로 선출, 민주당 의총서 116표 중 67표 득표

정진우 백지수 기자, 조준영 인턴기자 l 2018.05.16 11:43

180516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16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가 치뤄진 가운데 후보자로 선정된 문희상 의원이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이동훈 기자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매서웠던 지난 3월14일.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충원에 있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다. 문 의원은 참배하면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지난 4년여간 시간이 스쳐갔다. 민주당이 내분으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을 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그다.

그간 당을 안정시켰고, 결국 정권교체를 이뤘다. 문재인 정부는 순항 중이다. 문 의원은 이날 정치 스승이자 대선배인 김 전 대통령에게 기쁜 마음으로 근황을 전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특별한 보고를 했다. 국회의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 선거에 나선 문 의원은 116표 중 67표를 얻어 박병석 의원(47표)을 제쳤다. 문 의원은 2016년 6월 20대 국회 상반기 의장을 뽑는 당내 경선에도 나섰지만 121표 중 35표를 득표해 낙선했다. 이번엔 재수에 성공했다. 국회법에 따라 제1당 후보인 문 의원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추인을 받으면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된다.

문 의원은 1987년 평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해 15대를 건너뛴 뒤 16대부터 내리 5선을 한 민주당 내 대표 중진(6선)이다. 그는 영원한 DJ맨이다. 정치를 DJ에게 배웠고, 배운대로 정치를 하고 있다.

문 의원은 의회주의자다. 이 역시 DJ에게 배웠다. 그는 이날 의장 후보로 뽑힌 후 소감을 통해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며 “국회가 펄펄 살아있을 때 민주주의도 살고 정치도 산다. 국회가 해산됐을 때 힘을 못쓸때 민주주의는 죽는다”고 했다.

180516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16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가 치뤄진 가운데 후보자로 선정된 문희상 의원이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이동훈 기자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당 내 입지를 구축, 2005년 4.2전당대회에서 집권여당 의장으로 선출됐었다. 문 의원이 문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것도,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하면서 국정 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이 친문 좌장으로 분류되는 이유기도 하다.

해방동이(1945년생)인 문 의원은 경기도 의정부 출신으로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1987년 민주연합청년동지휘(연청) 초대회장에 취임하면서 정치 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데 이어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당선에 기여했다. DJ를 비롯해 동교동계 사람들은 문 의원을 “겉은 장비(張飛) 속은 조조(曹操)”라고 평한다. 후덕한 외모이면서도, 정국현안에 대한 분석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덕분이다.

국회 안팎에선 문 의원이 여야 의원들과 소통이 탁월해 갈등을 조율하는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야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국회의 꼬인 상황을 잘 풀어갈 적임자란 평가가 많다.

문 의원은 이날 "국회는 역동적이고 기운이 넘쳐야하고, 두 축인 여와 야가 상생해야 한다"며 "여야가 건강 파트너로 협력하고 건전한 라이벌로서 견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역지사지하기는 커녕 죽기살기로 싸우기만 하면 공멸의 정치가 기다릴 것"이라며 "국민들은 격조있고 품격높은 국회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국민 신뢰 속에 다시 서는 국회,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며 "모든 의원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이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