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한미훈련 소환, '中 배후'로 '美 강경파' 견제구

[the300]"이해한다" 이후 후순위된 이슈 끌고 온 金…지속언급 여부 주목

최경민 기자 l 2018.05.16 16:53
【평택=뉴시스】이정선 기자 = 북한이 지난 11일부터 실시한 ‘2018 맥스 선더’ 한미연합공중전투훈련을 문제 삼으며 16일 예정이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 발표한 16일 오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활주로에 F-16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2018.05.16. ppl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이 '후순위'로 미뤄뒀던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끌고 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까지 언급했다. 비핵화 허들을 높이는 미국에게 중국 변수를 상기시키며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는 16일 북측이 통지문을 보내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맥스선더가 남북 고위급 회담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맥스선더는 한미 공군이 연 2회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연합훈련이다. 지난 11일부터 진행됐고, 훈련 중인 14일 북측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측은 이 훈련에 대해 별도의 주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연합훈련은 올해 북핵협상 국면의 '메인 이슈'가 아니었다.  지난 3월 대북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한미훈련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하려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입을 떼기도 전에 김 위원장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이 도출된 이후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의  등가교환 여부가 우선이었다. 실제 판문점 회담에서 주한미군이나 남북연합훈련은 언급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미국 등과 복합적 경제 관계 구축 속에 체제보장을 받으려는 성향이 강했다. 안보 이슈는 한 발 물러선 모양새였다.

이같이 '2선'에 뒀던 한미연합훈련 이슈를 북측이 맥스선더를 빌미로 본격 '1선'에 소환했는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고위급 회담 취소 통보 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밝힌 담화에는 맥스선더와 같은 한미연합훈련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부상이 지적한 것은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의 오크리지(핵-원자력 연구 단지)로 가져갈 것"이라며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까지 거론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 발언이었다.

상황을 종합했을 때, 북측은 미국 강경파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미연합훈련을 불쑥 꺼낸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들은 과거·현재·미래의 핵무기에 대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및 생화학 무기의 폐기까지 언급하며 갈수록 강한 기조를 쏟아내는 중이다. 북측의 담화에 한국 정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까지 나오지 않았기에,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북미 정상회담을 깰 의지까지는 읽히지 않는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은 북측이 미국을 겨냥해 꺼내기 적당한 카드이기도 하다. 미국과 패권다툼을 하는 중국이 주장하는 게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인 쌍중단(雙中斷),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 진행이라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이다.

중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미·중 사이에서 경제적 실익을 최대한 챙기려는 시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중국의 베이징과 다롄을 연달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며 접점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의 경제발전 현황을 둘러보기도 했다. 미국이 강경한 메시지로만 일관할 경우 북중관계를 더 밀착해 협상을 풀어갈 수 있음을 한미연합훈련 언급을 통해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측이 한미연합훈련을 '대미 협상용'이 아니라, '관철할 목표'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천명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맥스선더 훈련을 "판문점 선언에 대한 도전"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이 판문점 선언 정신에 위배되는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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