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혼자 사는 사람이 더 아픈걸까?

[the300]1인가구 만성질환율, 우울의심률 모두 '다(多)인가구'보다 높아

김희량 인턴기자, 이건희 기자 l 2018.07.10 09:00
최근 자발적인 선택에 따른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1인가구로 지낸다고 말하면 으레 뒤따르는 말이 있다. "혼자 살면 더 아프다"는 걱정이다. 노인들의 고독사는 이제 놀라운 뉴스가 아니게 됐다. 심지어 청년층의 고독사도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혼자 살면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더 아픈 걸까. 

[검증대상]
혼자 사는 1인가구, 다(多)인가구보다 건강이 더 안 좋을까?

[검증방식]
국회도서관이 '우리나라 세대별 1인가구 현황과 정책과제(2016.4)' 등 주요 1인가구 관련 연구 내용을 정리해 지난 5일 발간한 팩트(Fact)북 '1인가구 전성시대'를 찾아봤다.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만성질환율과 우울의심률 비교 / 자료=우리나라 세대별 1인가구 현황과 정책과제(2016.4), 보건복지포럼


◇1인가구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팩트북에 따르면 1인가구의 건강 상태가 전(全) 연령대에서 다인가구보다 좋지 못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년층에서 1인가구와 다인가구의 만성질환율, 우울 의심률 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중년층 1인가구 만성질환율은 다인가구보다 20.8% 높았다. 청년층, 노년층에서의 만성질환율 가구별 격차는 각각 4.0%, 4.7%였다. 만성질환은 보통 6개월 혹은 1년 이상 계속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우울 의심률의 경우 중년층 1인가구는 다인가구보다 약 3배, 노년층 1인가구는 다인가구보다 약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우울 의심률은 우울증이 의심되는 비중이다. 비교적 사회 활동이 왕성한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는 격차가 작았다.

◇'1인가구' 건강지원 왜 중요할까=팩트북은 1인가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하기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한다.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확인하고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공동 주거 형태의 증가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청년 1인가구의 경우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많다. 이를 도울 수 있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도 지속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1인가구 지원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1인가구의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공동생활 가정과 소셜다이닝 등 다양한 사회 관계망 마련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이동훈 기자

◇국회는 1인가구를 챙기고 있을까=2017년 12월29일 국회는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1인가구를 위한 대책을 함께 마련토록 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1인가구가 급증하는 추세였지만 지금까지는 그에 따른 정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5년마다 실시되는 가족실태조사에서 1인가구의 현황과 정책 수요가 함께 조사된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현재 1인가구라는 용어가 조문에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는 법령은 '건강가정기본법' 등 4개 법안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1건뿐이다. 현재 국회에는 1인가구 지원을 위한 '고독사 예방 및 1인가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법안' 등 5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1인가구를 위한 법체계 및 제도적 정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검증 결과]
1인가구의 건강 상태는 다인가구보다 좋지 못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의 형성 이유는 청년 시기 독립, 사별, 비혼 등 매우 다양하다. 자발적·비자발적 선택자들이 혼재돼 있다.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신사회적 위험 대응전략'이라는 연구를 진행한 이민홍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거(혼자 거주)가 건강에 영향이 있다고 단정하기 보다 위험이 높다고 말하는 게 맞다"며 "1인가구에 대해서는 정신 건강 등과 관련한 추가적 진단 및 지원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