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반입 공식확인…'대북제재 구멍' 논란

[the300]美 세컨더리보이콧 가능성에 정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

최태범 기자 l 2018.08.10 16:09
【대전=뉴시스】강종민 기자 =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8.08.10. ppkj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밀반입된 것으로 10일 공식 확인됐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둘러싼 국내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원산지를 속여 들여온 수입업체에 있다. 하지만 석탄 반입을 막지 못한 한국 정부도 ‘제재의 구멍이 됐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정치적 논란 확산 가능성↑=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 수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입업체들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 총 66억 수준의 북한산 석탄과 선철(철광석에서 제조되는 철의 일종) 3만5038톤을 원산지 위조 방식으로 국내에 불법 반입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관련 첩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관세청과 검찰,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10개월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북한 결탁설, 은폐설, 외압설 등 각종 논란을 야기했다.

‘북한 석탄 미스터리’로 불린 이번 사건은 관세청이 이날 9건의 의혹 사건 중 7건에 대해 불법혐의를 확인하고 수입업체 3곳과 관련법인 3곳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371호·2397호)에 따라 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북한 석탄이 국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불거질 외교적·정치적 논란을 진화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윌크스배리(미 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 배리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성과를 비판하는 언론들을 향해 '가짜뉴스'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2018.8.3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美 세컨더리보이콧 적용 우려=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이다.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은행까지 모두 독자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미국의 국제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해당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주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 최근 테드 포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이 ‘한국기업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다만 정부는 실제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북제재 위반사건이 빈번히 발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2차관은 전날 국회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미국 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한다는 건 어떠어떠한 조건이 된다면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한테 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업체에 대한 강력한 사법처리로 확고한 대북제재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대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주력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왼쪽 두번째)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8.10. yes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野, 국정조사 요구=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북한 석탄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회 국정조사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대여(對與) 공세의 장'으로 불리는 국정조사는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아직 한 차례도 실시된 적이 없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정부는 이제 와서 개인 수입업자의 일탈 가능성이 있다며 (책임을) 돌리려고 한다"며 "문재인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운전자가 북한 석탄 운송자를 뜻하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10개월 동안 뭉그적거린 정부가 아무 근거 없이 러시아산이라고 우기다가 관세청에서 북한산이라고 확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면밀한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이유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 북한석탄대책 TF 단장을 맡은 유기준 의원은 ‘정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하며 "북한에 입항한 선박이 네 차례나 국내를 드나든 정황이 확인되는 등 통관절차에도 구멍이 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도 국회 차원의 점검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전형적인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 대립구도가 심화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가 정쟁에 매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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