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기업인 호통 국감'…벌써부터 벼르는 정치권

[the300]文정부 대상 첫 국감 D-30…기업 총수·오너 총출동 기류

백지수, 최석환 기자 l 2018.09.10 18:01
2017년도 국정감사 주요 기업인 증인

정기국회 국정감사(국감)를 한달 앞두고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정’을 감사하기보다 재계 총수나 기업인들을 부르는 ‘재계 길들이기’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내달 10~29일 20일 동안 국감을 진행한다. 10일 정무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 따르면 각 의원실마다 요청할 증인 명단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도 ‘국감 단골’인 삼성·현대·LG 등 주요 대기업의 본사·계열사 CEO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재판이나 검찰 수사를 받은 기업들이 최우선 대상이다. 적폐 청산, 대·중소기업 상생 등 명분은 다양하다. 특히 금융권을 다루는 정무위에선 올해 배당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 카카오·KT 등 인터넷은행 선발 주자 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신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아직 증인 명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업 총수들을 대거 부를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기업인 국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연평균 52명의 기업인이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때 77명이었던 기업인 증인은 19대 국회에서 124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2016년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는 150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장동현 SK 사장, 윤갑한 현대차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 행장 등이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고동진 사장과 이해진 전 의장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출석을 명받았다. 

하지만 국감에 민간 기업인을 부르는 게 적절한 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진다.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산업 이슈 등 필요한 내용을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감’과 ‘기업인 증인’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국감의 본질인 정부 정책 점검, 집행 점검 등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도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국감의 본래 취지는 국가 정책이 올바로 집행됐는지 여부를 따지는 자리인데 의원들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기업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민정감사가 됐다”고 비꼬았다. 실제 효과도 의문이다. 증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몇몇 ‘거물’들을 향한 호통과 망신주기 속에 대기만 하다 입도 못 떼고 돌아가는 기업인이 적잖다. 

한 기업인은 “무엇보다 기업인에 대해 모욕을 주거나 몰아세우기식 질의, 여론몰이 등을 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국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들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구잡이식 증인 신청 등 증인채택 과정의 부작용도 문제다. 이를두고 증인신청 실명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인신청실명제는 증인 채택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증인출석을 요구할 경우 국회의원 이름과 신청 이유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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