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디딤돌 협상…계승되는 '비핵화 로드맵'

[the300][남북이 연결된다]<4>연결의 조건-①비핵화, 적대행위 종식 등 계승

최경민 기자 l 2018.09.13 04:23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올 들어 진행되고 있는 북핵 협상의 컨셉은 ‘연결’과 ‘계승’이다. 2000년,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난 것과 차이난다.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진행되는 남북 정상회담도 ‘과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음 북미 정상회담 혹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으로 가는 디딤돌 성격이 강하다. 그 디딤돌의 끝에 한반도 평화 체제가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였던 판문점 선언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한 10·4선언의 계승을 분명히 담았다. 6·12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은 이런 판문점 선언을 북미가 준수한다고 명시했다. 

남북이 합의했던 사안을 남북미 3자로까지 넓힌 꼴이다. 오는 20일 남북이 평양에서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합의문에는 센토사 선언의 계승을 통한, 보다 구체적인 평화체제 추진 방식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기대되는 내용은 비핵화 시간표에 관한 부분이다. 이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라는 시점을 언급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간에 처음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하고 센토사 선언을 통해 북미 간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이 결실을 맺는 격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 시간표를 공식화한 후 문 대통령이 추석 연휴 동안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면 남북미 3자 간 비핵화 시간표가 확정될 수 있다.

적대행위 종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판문점에서 남북이 ‘적대행위 중지’를 합의하고 싱가포르에서 북미가 ‘새로운 북미관계’를 합의한 것의 연장선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목표로 “남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를 거론했다. 서해평화수역의 설정 혹은 DMZ(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와 같은 사안에서 성과가 도출되는 방식이 거론된다. 

연내 종전선언 체결과 관련해 보다 심화된 방법론이 언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이 이미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올해 내 종전선언 추진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더욱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수차례 올해 내 종전선언 달성이 목표라고 힘줘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평화체제 구축에 뜻을 모았었고,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시간표까지 제시한 만큼, 구체적인 종전선언 로드맵의 확정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협력과 교류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성과가 예상된다. 판문점에서 남북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및 이산가족상봉 추진을 합의했었고 이를 실현시켰다. 북미가 약속했던 미군 유해 송환과 같은 조치도 차질없이 이뤄졌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이번 회담에서 연내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착공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경제 교류’로 남북 협력을 보다 고도화시킨다는 의미도 갖는다.

이같은 조치들의 이행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김 위원장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언급할 지 여부다. 실제 올해 협상의 순간 마다 북측은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미국은 종전선언의 추진과 같은 북한 안전보장 조치에 앞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평양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핵무기 리스트 제공 및 일부 반출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과 맞서온 김 위원장이 ‘선(先) 종전선언 보장’이라는 입장에서 ‘동시이행’이라는 중재안을 거론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곧바로 이어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추진의 방법론이 나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 방북을 앞두고 연일 북미 정상에게 “통 큰 결단”을 촉구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협상의 ‘계승’은 평화의 지속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북한의 마지막 도발은 지난해 11월29일 미사일 발사다. 연결되고 있는 협상 덕에 어느덧 10개월 동안 동북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없이 ‘평화’가 화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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