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고위당국자 “한일문제, 절제된 반응이 한국에 장기적 유리”

[the300]"개성공단 대북제재 면제, 벌크캐시 유입 방지방법 찾아야"

최태범 기자 l 2019.01.11 12:50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 특별강연'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정부의 반부패정책 추진방향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2018.12.14. misocamer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일 사이에 불거진 레이더 갈등이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오히려 절제된 반응을 하는 것이 더 장기적으로 우리의 신용도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여론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외교부는 과잉반응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청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관련 압류조치’를 우리 법원이 승인한데 대해 지난 9일 우리 측에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양자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1항에 따르면 협정 해석 등과 관련한 양국간 분쟁은 외교상 경로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관련 조항을 근거한 외교적 협의가 개시된 적은 없었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 등 다른 현안도 외교적 협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에 답을 줄 것인지 말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가는 것도 옵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핵심부분…北비핵화 견인책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모습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 기간동안 시진핑 주석과 회담, 만찬, 오찬 등을 했으며 중국전통약품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2019.01.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떠나 평화체제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이 종전선언”이라며 “이는 비핵화 과정에 있어서도 북한을 좀 더 편안하게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욕심을 부려 지난해 연말까지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기가 늦어졌지만 여전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평화협정을 위해 중국을 참여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는 북미간 협상이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같이 놓고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퀀스(중국을 참여시키는 순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부딪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간) 이견이 좁혀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는 양쪽 다 있지만 밀고 당기는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간 것은 과거 패턴으로 봤을 때 북미정상회담이 곧 열릴 준비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양측이 담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 안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거기서 무슨 결과가 나올지는 서로 만나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과감한 비핵화 위해 ‘핵시설 신고’ 유연한 접근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3번 갱도 폭파순간 흙과 돌무더기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18.05.25.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위해서는 과거의 (핵시설) 신고·검증 단계보다도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어차피 (비핵화) 이행은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시점에서 신고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불신 상황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신고서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로 믿고 나갈 수 있다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신고가 언제든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놓고 다른 여러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측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하다보면 순서에 있어서도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다”며 “우리로선 (북한이) 빨리 움직여 줬으면 한다는 생각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 같다”고 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김정은의 우선순위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개성공단기업 입주기업인 일동이 방북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청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1.09. radiohea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우선순위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대북제재의 틀에서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과거 방식으로 운영하면 큰 돈이 들어가게 된다”며 “지난 정부에서 (공단 북한 근로자) 월급이 정권으로 유입됐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어서 제재 면제를 받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을 넘어 안보리 제재라는 것이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물리적인 사용을 빼면 안보리 제재는 그 어떤 국제규범보다 상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목돈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는 (제재 면제와) 조금 다를 것 같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벌크캐시(대량현금)가 들어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가 그나마 북미 양쪽이 주고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미국이 여러 카드 중 하나로 쓸 수 있고 북한도 경협의 첫 성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 문재인-트럼프 ‘빅딜’ 가능성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장원삼(왼쪽)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6.26.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한미가 지난해 릴레이 협상에도 결론짓지 못해 올해 ‘협정공백’을 초래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문제에 대해 한미 외교장관간 또는 한미정상간 빅딜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어떤 레벨에서 협의가 안 되면 그 위로 올리고 또 올리고 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 논리”라며 “그동안 10차례 협상한 방식으로 또다시 11차 회의를 잡아서 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레벨의 채널이 있고 국가안보실이나 국무부 채널도 있고 하니 어느 시점에 어떤 채널을 이용해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 내부에서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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