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나몰라라'…특검·국조만 난무한 국회

[the300][개점휴업 국회]④국정농단부터 드루킹까지…특검·국조 공방 속 묻혀버린 국민

백지수 기자 l 2019.02.10 20:03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 실적이 떨어진 데는 ‘특검(특별검사) 국회’도 한 몫 했다. 20대 국회는 개원부터 특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제1당을 차지했던 당시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부조리를 밝힌다는 명분으로 특검법안을 다수 발의하고 각종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19대 대선 이후 여야 구도가 바뀌자 여당에서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역시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대한 의혹 제기 방법으로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택했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이날까지 25건의 특검 임명법안과 특검 수사요구안, 특검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 등이 접수됐다. 또 11건의 국정조사 요구안도 제출됐다.

실제 국회 의결을 거쳐 시행된 특검은 2016년 11월 합의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이하 ‘국정농단 특검’)’과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드루킹 특검’)’ 등 2건뿐이다.

국정조사 역시 그나마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2016년 7월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이하 ‘가습기살균제 국조’)’와 2016년 11월 ‘국정농단 특검’과 함께 승인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이하 ‘국정농단 국조’)’ 등 2건 밖에 없다. 

사실상 계류 상태로 남은 나머지 특검·국조 요구는 정부 여당을 향한 야당의 공세 수단이었을 뿐이다. 여당도 비슷한 사안에 대해 특검법을 발의하며 맞불 작전을 편 사례도 있다. 

지금껏 국회에 접수된 특검 사안들을 보면 대체로 각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요구받은 사안이거나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이 끊이지 않던 사안들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국정농단 특검 외에도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 구난 작업 적정성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직권남용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이 요청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드루킹 특검 외에도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특혜와 이에 대한 국민의당의 제보조작 사건(한국당·국민의당 안 등)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뇌물 수수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신재민 전 사무관이 폭로한 청와대·정부 불법사찰 등 의혹(이상 한국당 당론안) △JTBC 태블릿 PC 등 조작사건(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안) 등에 대한 특검안이 발의됐다.

국정조사 요구안 역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민주당·한국당 모두 발의) △정부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한국당 안) △김기식 전 금감원장 의혹(한국당 안)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등 진실 공방이 이어진 사안들에 대해 제출됐다.

문제는 20대 국회에서 다당제로 인해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을 넘지 못하는 만큼 제1야당 혼자만의 싸움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 일명 ‘상설특검법’으로 불리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검 위원을 국회가 임명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모든 특검법안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정조사 역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회의 의결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특검·국조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각 당은 설득보다 국회 보이콧을 동반한 투쟁에 나서 왔다. 일례로 드루킹 특검의 경우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를 관철하기 위해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 투쟁에 나서기까지 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정농단 국조 과정에서도 국회가 탄핵 국면과 국정조사에 매진하느라 정상적인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이 됐다.

특검·국조 국회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국당이 2월 국회를 보이콧하며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근 손혜원 의원(전 민주당 소속)의 투기 의혹과 직권남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등의 폭로로 이뤄진 청와대와 정부의 불법 사찰 의혹 등에 대한 특검 실시다. 국회 정상화는 아직도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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