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 탄 김정은·트럼프 …'영변·경협'에 로드맵도 담을까

[the300] 북미정상 '체제보장·재선' 이해일치, 통큰 합의 가능성도...美매체 "영변 핵vs제제완화" 보도

오상헌 기자 l 2019.02.27 14:03

 "내 친구 김정은에게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회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쓴 트위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하면 똑같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260일만의 재회를 몇 시간 앞두고 '경제강국'을 달콤한 북한의 미래로 거듭 언급한 것이다. 북미 정상은 이날 저녁 6시30분(현지시간) 가벼운 환담과 친교 만찬을 시작으로 1박2일간의 2차 회담 일정을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국 지도자인 김 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스스럼없이 부른다. 1년 넘게 이어진 북미 대화 과정에서 쌓인 신뢰관계와 정상간 친분을 과장해서 강조하는 '외교적 수사'다.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 내 북미 회담에서 성과를 내려는 전략적 레토릭이다. 

두 정상이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절친' 이상의 관계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많다.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 정착의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2차 핵담판을 앞둔 두 정상은 반드시 진전된 성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미답의 비핵화 평화지대로 향하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정치 지형에서 벼랑끝에 몰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러시아 스캔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논란 등 암초투성이다. 북미간 비핵화·평화 협상도 마찬가지다. 비핵화 성과를  정치적 위기의 돌파구로 삼고 싶어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과 주류 언론은 비판 일색이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마저 26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내에서 북미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getting too far over his skis)는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1차 회담처럼 리얼리티 쇼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도 여전하다. 성과가 없다면 2020년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반대 급부로 경제적 보상을 가장 바란다. 길어지는 대북제재를 비핵화 카드로 끊어내려 한다. 체제 안정을 위해서다. 비핵화 협상은 북미 적대 관계 해소와 경제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카드다. 지난해 '핵-경제' 병진을 포기하고 경제 집중 정책 노선을 택한 배경이다. 그러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카운터파트일 때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북미 막후 협상을 담당했던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지난 22일(현지시간) 한 강연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이 추진하던 북미 수교 등 화해 분위기가 그 해 11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중단됐던 전례를 김 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넘치는 회의론 속에 기대감이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과 남북경협 일부 허용 카드를 바꾸고, 비핵화 시간표가 나온다면 성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는 26일(현지시간) "북미가 영변 핵시설의 핵 물질 생산 중단과 남북경협 진행을 위한 유엔 제재 일부 완화에 합의했다"고도 보도했다. 

두 정상이 영변 핵시설 폐쇄(close down)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후속 실무협상으로 세부 이행계획을 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평화선언 체결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미군 유해 추가 송환 등도 잠정 합의안에 포함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합의문에 담길 최종 성과물은 북미 정상의 담판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로드맵에 전격 합의할 지 여부가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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