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美 새 계산법 없으면 북미대화 불가"

[the300]외무성 대변인,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美 일방적 무장해제 고집”

최태범 기자 l 2019.05.24 18:45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조선인민군 전연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1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2019.05.10.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북한은 24일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북미 대화는 언제가도 재개될 수 없으며 핵문제 해결 전망도 그만큼 요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은 지금의 궁리로는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하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적대행위가 가중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형식으로 대미(對美)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다소 낮은 수위의 압박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 수위는 외무성 성명→외무성 대변인 성명→외무성 대변인 담화→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순으로 낮아진다.

외무성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이 꼬인 근본 원인은 미국이 실현 불가능한 방법을 고집하면서 일방적이고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한데 있다"며 "미국은 일방적인 무장해제만을 고집하면서 회담을 인위적인 결렬로 몰아갔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1차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국전쟁 미군 유해송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미국은 아무런 상응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회담을 결렬로 몰고 갔다는 것이 대변인의 주장이다.

대변인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이 꼬인 원인을 뚱딴지같은 문제에 귀착시키면서 대화 결렬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 드는 그 저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미회담 결렬, 미국의 빅딜 요구 때문”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9.02.28.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외무성 대변인 문답은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을 미국의 계산법, 즉 일괄타결식 해법(빅딜)에 돌리면서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를 '대화재개 시한'으로 못 박으며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18일과 30일 각각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서도 같은 요구를 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9일 북한의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한 것도 이번 외무성 대변인 문답의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압류를 신호탄으로 미국의 대북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해 외무성 담화로 불만을 표시했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도 보냈다. 또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극악한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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