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남았는데…국회 의원회관이 텅빈 이유

[the300][돌아와요 국회]①유례없는 국회 파행 장기화에 '지역으로, 지역으로'…의원들 "오히려 지금이 기회"

이재원 기자, 김성휘 기자 l 2019.06.09 18:30

편집자주 20대 국회가 아직도, 여전히 안 열린다.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 각종 법안이 쌓여있는데 국회는 비어있다. 그나마 활발하던 법안 발의도 급감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며 국회를 떠나 지역으로 향한다. 국회보다 벌써 총선인 것일까.

불이 꺼진 텅 빈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사진=이동훈 기자

‘금귀월래’(金歸月來). ‘금요일에 지역구로 가서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 아침에 서울 여의도에 돌아온다’는 뜻의 여의도 사자성어이다. ‘금귀월래’는 국회의 흔한 풍경이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시절엔 의원들은 주중은 서울 여의도에서 의정활동에 힘을 쏟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각자 지역구로 향했다. 국회 일정에 맞춰 의원들이 속속 복귀하는 일요일 오후부터 국회는 다시 활기를 찾곤 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국회 파행으로 국회 풍경이 바뀌고 있다. 의원들이 일주일 내내 지역구에 머물다가 금요일이 돼서야 서울 여의도에 잠시 들른다. 국회 보좌진 사이에선 “금귀월래의 뜻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실 비서는 “올해 들어 서울 일정은 금요일에 몰아서 소화한다”며 “지역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장 국회에 ‘일’이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설명이다. 여야 지도부가 정상화 협상에 총력을 기울인다지만 결과물이 없다. 올들어 국회 본회의는 딱 3번 열렸다. 법안 통과도 4월 이후엔 전무하다. 상임위원회도 가동중지 상태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이 올스톱한 상황에서 지역구 활동이라도 집중한다는 게 의원들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북유럽 3국 순방을 떠나기 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통화에서 “정부에서 긴급하게 생각하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지만 국회 상황은 변화가 없다. 문 대통령은 출국을 배웅하기 위해 경기성남 서울공항에 나온 민주당 지도부에게도 추경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국회 공전은 이어진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총선도 ‘국회 공동화 현상’을 부추긴다. 정치 신인과 붙어야 하는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이 기회다. 9월 정기국회 시작 전 지역구를 확실히 다져 물갈이를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각종 단합대회가 몰려있는 4~5월 내내 국회가 공전한 덕에 지역구 관리를 할 시간이 많았다”며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지만, 의원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체력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지역활동에 임하는 것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중요한데, 정권 초기에 비해 연일 악화하는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안까지 국회에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집권여당 의원들이 지역에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예산이 흐지부지 되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이 더 급해졌다. 

최근 PK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과 함께 영남권 신공항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다.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PK의원들의 요청으로 당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까지 소집했다. 

의원들이 속속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방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고육지책이다. 언론 보도가 국회 정상화 여부에만 집중되면서 본인 스스로 홍보할 길을 찾아 나선 셈이다. 

증권맨 출신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경제·금융 이슈에 특화한 ‘경제이야기’를 선보였다. 수학교육학과 교수 출신인 박경미 민주당 의원도 유튜브 채널 ‘수학비타민’을 통해 ‘고스톱으로 배우는 수학’ 등 수학과 관련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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