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빨간섬' 대구, 권영진의 '뚝심'

[the300][지방선거 1년-①대구대전충남 시도지사] 비박계 재선 대구시장…새로운 실험 '달빛동맹'

조준영 기자 l 2019.06.13 05:30

편집자주 전국 17개 광역, 226개 기초 자치단체는 '잘살기' 위해 경쟁한다. 중앙정부는 전국이 모두 고르게 잘살도록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시장, 도지사, 군수, 구청장들은 저마다의 정책으로 주민들이 더 잘살게 하려 애쓴다. 나아가 대통령과 같은 더 큰 리더가 되는 꿈도 꾼다. 6·13 지방선거 1년을 맞아 전국 주요 시도지사들이 지난 1년간 '잘살았는지' 그들의 공약 이행 노력과 리더십 등을 통해 살펴봤다.



푸른 대한민국 지도 동남쪽에 외로운 빨간섬 하나가 있다. 경상북도와 함께 일명 TK지역으로 불리는 '보수의 성지' 대구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도 수성해낸 지역이다. 

각종 선거결과에서도 대구의 보수정당 지지율은 확연히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 보수의 중심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민선 6기에 이어 7기에도 대구시민의 선택을 받은 재선시장이다. 비박계로 대구시장 재선이란 이변을 일으킨 권 시장을 분석해봤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지난해 6월4일 오후 대구 이곡동 월요시장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대구=강주헌 기자 / 사진=강주헌 기자


◇생존력甲, 뚜렷하지 않은 정치적 기반에도 존재감 '뿜뿜'=권 시장은 첫 대구시장 도전부터 여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비박계인 그가 새누리당 경선조차 뚫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권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당당히 시장후보가 됐다. 당시 조원진, 서상기 등 쟁쟁한 친박인사를 물리쳤다.

권 시장은 정치적 기반이 뚜렷하지 않다. 경북안동 출신에 어린 시절도 대구 청구고를 나온 이후 쭉 서울생활을 이어갔다. 그 때문에 정치적 고향도 대구보단 서울 노원구에 가깝다.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19대 선거까지 내리 노원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8대를 제외하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첫 여의도 입성에 실패하고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으로 활동하며 친오세훈계로 불렸다. 18대국회에선 한나라당의 초선의원 쇄신모임인 '민본21'을 창립하는 등 친이계 쇄신파로도 불렸다. 결과적으로 현 자유한국당 내에선 소수파 중 소수파다.

이런 꼬리표에도 권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리는 김부겸 의원과의 시장 타이틀매치를 승리했다. 재선무대에서도 임대윤 민주당 후보를 무난하게 꺾었다. 대구지역에서 인지도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는 평가다. 

지난 2월엔 5.18 폄훼 등 한국당 내 논란에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권 시장은 "국민 가슴에 대못박는 5.18 관련 망언, 당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 꼴불견 줄서기에다 철지난 박심(朴心)논란까지 도대체 왜들 이러냐"며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권영진 대구시장이 4월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제58차 전국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19.4.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론지지도 중위권 선방, '승풍파랑'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권 시장은 탄탄한 여론을 바탕으로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무난한 성적을 받아왔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2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7000명(광역지자체별 1만명)을 대상으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조사를 실시해 11일 발표한 결과 권 시장은 시장부문에서 46.8%를 받으며 4위에 올랐다.

끈질기게 상대를 설득하는 자세로 유명한 그에겐 이번 민선7기에서도 뚝심을 갖고 위기를 헤쳐나갈 계획이다. 다른 지방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대학진학 등 학업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구가 많다. 

허약해지는 산업기반도 당면한 시급과제다. 권 시장은 "민선7기 남은 기간은 우리에게 질풍노도와 같은 엄혹한 시간이 될 것이다"며 "'거센 바람을 타고 만리의 거센 물결을 헤쳐나간다'는 승풍파랑(承風破浪)의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이용섭 광주시장(오른쪽)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4월26일 광주시청 행정동 앞 광장에서 열린 광주·대구 달빛동맹 강화를 위한 '228버스 명명식'에 참석해 버스 시승식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2019.4.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달빛동맹, '변하는 대구' 새로운 실험=서울 정무부시장 시절 갈고 닦은 정무감각은 달빛동맹 출범에도 영향을 미쳤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졌다. 정치적 대척점으로 불리는 대구와 광주가 경제문제에 머리를 맞대려는 시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구는 2013년 '대구-광주간 교류협력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2015년 '달빛동맹민관협력위원회'를 구성해 SOC(사회간접자본), 경제산업, 문화체육 등 5개 분야 30개 공동협력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영·호남간 정서적 벽을 허물고 지역 이기주의 극복과 함께 경제동맹 및 정치동맹 파트너로서 협력의 폭을 더욱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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