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에 "평화를 누리자"…돌이킬 수 없는 지점의 지름길

[the300]文 '국민을 위한 평화' 직접 명명…14일 스웨덴에서 北에 구체적 제안

오슬로(노르웨이)=최경민 기자 l 2019.06.12 20:11
【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해 설명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2019.06.12.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슬로 구상’을 통해 제시한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 개념은 “지금부터 한반도의 사람들이 평화를 누려야 한다”로 정리된다. 평화의 일상화에 따른 냉전적 사고방식의 해체가 곧 분단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의 지론이다. 문 대통령은 ‘오슬로 포럼’ 연설문의 제목이기도 한 ‘국민을 위한 평화’를 직접 명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직전인 2017년 4월23일 ‘한반도 비핵평화구상’을 발표했을 때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통일’을 공약했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통일’ 공약과 관련 “국민의 참여가 없는 정치권의 통일론은 색깔론을 넘어설 수 없다. 국민이 먼저 평화를 꿈꾸고 통일에 참여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남북 갈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부터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이 얘기가 오슬로 포럼 연설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법론은 새로울 게 없다. 이미 문 대통령이 2017년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 체제 보장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 협상의 원칙을 천명했고 1년 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틀이 합의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비전이 아닌,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미 정상 간 톱다운 협상을 통해 평화 프로세스의 구조를 구축한 것에 이어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평화’로 분단 종식의 시간표를 앞당기겠다는 복안이다. 남북의 사람들이 “평화는 좋은 것”이라고 인식함에 따라 형성된 복합상호의존(complex interdependency) 관계는 곧 비핵화 협상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남북의 접경지역부터 협력하자”고 했다. 중국 배들이 동해안에서 오징어를 싹쓸이 하는 행위, DMZ(비무장지대)에서 시작해 남북으로 번지는 산불, 한탄강·임진강 유역의 홍수 등 국민들을 괴롭혀온 문제들을 남북이 힘을 합쳐 하나씩 해결할 경우 발생할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랫동안 분단 상황 아래 살아오면서, 우리 스스로가 당연시하게 여겼던 게 너무 많았다”며 “남북 간 조금만 협력해도 벌어지지 않을 일들인데, 이게 계속 돼왔던 것이다. 

접경지역 문제가 굉장히 많았지만 공동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해 분쟁을 관리해온 유럽의 경험을 가지고 우리도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만큼은 평화를 유지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출신 석학인 요한 갈퉁 세계평화네트워크 소장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평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퉁 교수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주장해왔다. 구조적 갈등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의 추진을 의미한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먼저 느껴야 한다는 게 ‘오슬로 구상’의 핵심이다.

북측을 향한 구체적 제안까지 나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슬로 연설의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북측에 대한 제안은 오는 14일 예정된 스웨덴 의회 연설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게 확인된 시점에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슬로 구상’과 관련 “지금 북한과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접경지역 재난 공동관리위원회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인 것 같다”며 “앞으로 잘 해나가자는 정도로 구상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는 하랄 5세 국왕을 비롯한 노르웨이 측 인사, 오슬로 대학 학생과 시민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오슬로 포럼'이 기조연설자로 문 대통령을 초청했고, 우리정부가 이를 수락함에 따라 성사됐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UN) 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오슬로 포럼'에서 연설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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