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故이희호 민족화해·평화 헌신, 온겨레 잊지 않을 것”(종합)

[the300] 김여정 제1부부장 통화 조의문·조화 전달...조문단 무산됐지만 '최대예우' 평가도

권다희 기자, 김성휘 기자, 강주헌 기자, 박선영 인턴기자, 파주=공동취재단 l 2019.06.12 20:19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2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고 이희호 여사를 애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전달했다.(통일부 제공)2019.6.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타계한 고(故) 이희호 여사를 애도하는 조의문과 조화를 12일 유족과 장례위원회에 전달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어서 조문단 파견은 결국 무산됐으나 친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고인을 기리는 조의문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최대의 예우를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12일 오후 5시부터 약 15분간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 대표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과 만나 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북측에선 김 제1부부장 외에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본인 명의의 조의문에서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고 “리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족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적 노력은 자주통일과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가 영원이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정의용 실장은 “김 제1부부장이 ‘이 여사가 그간 민족간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 남북간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브리핑에서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이 이 여사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남측 책임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도 김 제1부부장에게 “국무위원장의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먼길을 오신 데 대해 각별한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여사님을 함께 추모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평화롭고 번영된 앞날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는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 실장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친서나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며 “오늘은 고인에 대한 남북의 추모와 애도의 말씀에 집중했다”고 했다. 북측에도 별도로 전달한 친서 등이 “없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김 제1부부장이 ‘북측 조문단이 오지 않은 게 아쉽다’는 제 얘기에 특별한 말없이 가벼운 미소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과 박 의원은 김 제1부부장을 만난 뒤 곧바로 이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해 유가족들에게 김 위원장의 조전과 조화를 전달했다.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데 대해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대남 압박 기조 속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예우를 보여줬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친동생이자 최측근인 김 제1부부장에게 직접 메신저 역할을 맡겼다는 점에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남 압박 기조에서도 나름대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 같다”며 “본격적인 남북대화 재개로 보긴 어렵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고 이희호 여사를 애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와 조전을 전달하기 위해 12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통일부 제공)2019.6.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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